이스라엘식 응징
미국 내 투자만 고집하던 워런 버핏이 2006년 45억달러를 투자해 이스라엘 북부에 있는‘이스카’라는 기계공작회사를 인수했다. 첫 해외투자였다. 언제 전쟁이 일어날지 모르는 위험한 나라에 거액을 투자한 이유는 무엇일까? 그는 이스라엘 땅에 투자한 것이 아니라 직원들의 열정과 창의력이 가득한 두뇌에 투자했다고 말했다. 공장이 파괴되면 다른 곳에 하나 더 지으면 된다는 논리였다. 두 달 뒤 레바논과의 전쟁으로 이스라엘 북부에 2,000여 발의 미사일이 떨어졌지만, 다행히 이스카는 피해를 입지 않았다.
■ 이스라엘은 1948년 독립전쟁 이후 전쟁이 일상화한 나라이다. 적대국가들로 둘러싸인 고립된 섬이지만, 강력한 군사력을 바탕으로 하이테크 경제대국을 일궈왔다. 자위권 차원이라면 선제공격도 마다하지 않는다. 1967년 6일전쟁 당시 이집트공군에 대한 과감한 선제공격으로 승리를 쟁취했다. 1991년 걸프전과 2006년 레바논전쟁 때는 헤즈볼라가 발사한 수천 발의 미사일이 북부지역을 강타했지만, 단호한 응징으로 적을 격퇴했다. 이스라엘에 쏟아진 미사일과 로켓 숫자에 비례해 외국의 투자 규모가 늘어난다는 통계도 있다.
■ 북한의 연평도 포격 도발 이후 이스라엘 식 응징 모델을 따르자는 주장이 일고 있다. 이스라엘의 ‘눈에는 눈, 이에는 이’ 식의 단호한 응징이 평화도 경제도 지키게 해준 원동력이라는 것이다. 그러면서 우리 경제가 이미 웬만한 국지전에는 흔들리지 않을 만큼 북한리스크에 상당한 내성을 갖췄고 경제시스템이 안정적이라는 점도 근거로 제시한다. 실제 북한이 한국전쟁 이후 처음 우리 영토를 직접 공격했는데도 코스피지수는 불과 0.15% 내렸다가 곧 회복했다. 남북 간 충돌이 연평도보다 더 큰 규모로 벌어져도 국내 금융시장이 찻잔 속의 태풍과 같은 반응을 보일까?
■ 이스라엘은 인구 710만명의 소국으로, 중소 벤처가 산업의 주력이다. 헤즈볼라 하마스 등이 로켓포 등을 쏘아도 북부 일부 도시에만 타격을 줄 뿐이다. 화력에서 압도적 우위인 이스라엘은 핵 강국이기도 하다. 수십 년 간 전쟁을 치르며 첨단 군사기술을 IT산업의 발전으로 연결시키는 국가성장전략을 추구해왔다. 반면, 우리는 북한과 고작 40㎞ 떨어진 수도권에 인구의 절반과 삼성전자 등 주요 생산시설이 몰려 있다. 소규모 국지전에서도 우왕좌왕할 만큼 위기대응능력도 떨어진다. 북한은 재래식전력은 물론, 화학무기 등 비대칭 전력도 막강하다. 이스라엘과 비교하는 것 자체가 무모하고 위험하다.
고재학 논설위원 goindol@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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