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자동차에서 또 파업이 일어났다. 이번 파업은 예전의 파업과 성격이 많이 다르다. 정규직 노조가 아니라 비정규직 근로자들이 파업을 한다.
도대체 파업을 하는 비정규직은 어떤 근로자들인가? 회사내 도급 근로자들이다. 이들은 현대자동차 소속이 아니고 하청업체에 소속된 근로자이지만, 일하는 장소는 현대자동차 공장이다.
비정규직 차별금지 적용을
사실 이번 파업이 아니더라도 많은 전문가들은 사내도급 근로자가 새로운 노사 갈등의 불씨가 될 것으로 예상했다. 이런 사태까지 온 데는 현대자동차의 책임이 크지만, 정부의 무대책을 비판하지 않을 수 없다.
비정규직 근로자를 보호하기 위한 법적 규제에는 사유 제한, 기간 제한, 차별 금지의 3가지 유형이 있다. 그런데 같은 간접고용인 파견 근로에는 3가지 규제가 모두 적용되는 반면에, 사내도급 근로자들에 대해서는 아무런 규제가 없다. 한마디로 ‘규제의 해방구’다. 이 때문에 최근 비정규직 보호관련 규제가 도입된 이후에 사내도급 근로자가 크게 늘어나고 있다.
‘규제의 불균형’을 바로 잡을 필요가 있다. 첫째, 규제가 지나친 파견근로에 대해서는 최소한 사유제한 규제를 완화해야 한다. 지금은 특정한 경우에만 파견근로가 허용되는 포지티브 리스트 (positive list) 방식의 규제를 채택하고 있다. 특별한 경우가 아니면 파견근로를 허용하는 네가티브 리스트 (negative list) 방식으로 변경될 필요가 있다. 파견근로를 허용하지 않는다 해도 해당 직종의 근로자가 정규직으로 채용되는 것은 아니기 때문에, 포지티브 리스트 방식의 규제가 비정규직을 줄이는데 별로 도움이 되지 못한다.
둘째, 사내도급 근로에 대해서 어떠한 규제를 도입할 수 있는가에 대해 진지한 고민을 시작해야 한다. 한 가지 생각해 볼 수 있는 것은 차별금지 대상에 사내도급 근로자도 포함시키는 것이다. 고용 유연성 때문에 필요하다면 사내도급 근로자를 쓸 수 있게 허용하되, 최소한 차별을 해서는 안된다고 생각한다. 생산 라인에서 얼굴을 마주보고 같은 일을 하면서 단지 정규직과 도급 근로자라는 신분 차이로 차별 대우를 받아서야 되겠는가? 그런 차별이 법적으로는 문제가 없다 하더라도 아무런 갈등 없이 계속 갈 수 있겠는가? 지금의 무원칙은 도덕적 잣대를 들이대기 전에 지속 가능하지 않다.
또 다른 방법은 사내도급 근로자도 원청업체에 자신들의 의견을 개진할 수 있도록 창구를 마련해 주는 것이다. 예컨대, 노사협의회에 사내도급 근로자도 참여할 수 있는 길을 열어줄 수 있을 것이다. 고용 형태는 앞으로도 더 다양화할 것이다. 따라서 근로자의 의견을 듣는 보이스(voice) 창구도 거기에 맞추어 개편할 필요가 있다.
원청업체가 실제로 자기들이 일을 시키는 근로자들에 대해 자기 기업 소속이 아니라는 이유로 뒤에 숨는 것은 분명 문제가 있다. 근본적으로는 원청업체의 사용자적 지위에 대한 법적 개념을 재정립할 필요가 있다. 미래사회는 기업간 경계가 모호해진다. 단지 다른 법인에 속해 있다고 해서 단절된 노사관계로 규정하는 것은 합리적이지 않다.
정부가 노사 합의 이끌어야
비정규직은 정규직에 비해 고용도 불안하고 임금도 적다. 그렇다고 비정규직을 모두 정규직으로 전환하는 것은 가능하지 않고 기업경쟁력을 위해 바람직하지도 않다. 그렇다면 고용 혹은 임금 중 어느 것 하나라도 보호해 주는 것이 비정규직 대책의 기본 방향이 될 수 있다고 생각한다.
노동계는 파견근로 규제 완화에 대해 정색을 하고, 경영계는 사내도급 근로 규제 도입에 대해 말도 못 꺼내게 한다. 합리적인 원칙을 세우기 위해 큰 틀에서 노사 합의를 도출해 내는 정부가 되어야 한다. 노사 양쪽으로부터 중립적이고 공익을 추구하는 정부가 당연히 해야 할 일이다.
이종훈 명지대 경영학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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