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른바 ‘광우병 보도’와 관련해 명예훼손 혐의 등으로 기소된 MBC 조능희 PD 등 PD수첩 제작진 5명이 항소심에서도 1심과 마찬가지로 전원 무죄 판결을 받았다. 검찰은 판결에 불복해 즉각 상고하겠다고 밝혀 PD수첩 사건의 최종 판단은 대법원에서 내려지게 됐다.
서울중앙지법 형사항소9부(부장 이상훈)는 2일 “(PD수첩 보도의 취지는) 미국산 쇠고기수입 협상 정책을 비판하기 위한 데 있다”고 무죄 선고 이유를 밝혔다. 재판부는 “보도의 내용은 미국산 쇠고기의 광우병 위험성에 관한 것으로 피해자들의 명예와 직접적인 연관을 갖는 것은 아니다”며 PD수첩이 정운천 전 농림수산식품부 장관과 민동석 전 한미FTA 쇠고기협상 수석대표의 명예를 훼손했다는 검찰 주장을 받아들이지 않았다.
그러나 1심 재판부가 모두 허위가 아니라고 판단한 보도 내용 가운데 일부는 허위라고 판단했다. 재판부는 “소가 주저앉는 원인은 광우병 외에도 다양한 원인이 있기 때문에 ‘다우너 소(주저앉는 소)’를 광우병에 걸렸거나 걸렸을 가능성이 큰 것처럼 보도한 것은 허위”라고 밝혔다. 또 미국 여성 아레사 빈슨이 인간 광우병에 걸려 숨진 것처럼 보도한 것과 한국인이 광우병에 걸린 쇠고기를 먹으면 인간광우병에 걸릴 확률이 94%에 이른다는 부분도 허위라고 판단했다. 하지만 소의 특정위험물질(SRM)에 관한 내용과 쇠고기 수입 협상 실태에 관한 지적은 1심과 마찬가지로 허위가 아니라고 보았다.
재판부는 “국민이 알아야 할 공공성ㆍ사회성을 갖춘 사실은 민주주의의 토대인 여론 형성에 기여하므로 형사적 제재로 인해 표현을 주저하게 만들어서는 안 된다”며 언론자유에 대한 원칙을 분명히 했다. 재판부는 이어 “일부 내용이 지나친 과장과 번역 오류, 진행자의 잘못된 발언으로 결과적으로 허위에 해당하지만 의도적 실수로 보기 어렵고, 피고인들에게 범의(犯意)가 있었다고 단정할 수 없다”고 무죄 이유를 설명했다.
조PD 등 제작진은 판결 직후 “애초부터 형사재판으로 넘길 사안이 아니었고, 검찰이 무죄 나올 걸 알면서도 기소한 정치적 재판”이라고 밝혔다. 이날 법정을 찾은 정 전 장관은 “항소심이 1심과 달리 가장 중요한 보도 내용을 허위로 판단해줘서 다행”이라고 말했다.
권지윤기자 legend8169@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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