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직 횟수 제한 반대
정부는 ‘대한민국 국민의 일자리를 보호’하고 ‘외국인근로자의 사업장 변경으로 인한 중소기업의 피해를 방지’하기 위해 외국인근로자의 사업장 변경 횟수를 제한해야 한다고 한다. 그러나 외국인 근로자가 사업장을 변경한다고 해서 대한민국 국민의 일자리가 침해되는 것은 아니다. 왜냐하면 대한민국 국민을 고용할 수 없는 사업장에서만 외국인근로자가 일을 하도록 법으로 정하고 있기 때문이다. 또한 외국인 근로자가 더 나은 근로조건을 찾아 사업장을 변경하는 것은 사실상 불가능하다. 왜냐하면 외국인 근로자는 원칙적으로 사업장을 변경할 수 없고, 예외적으로 법이 정하는 특별한 사유가 있는 경우에만 사용자의 확인 등을 받아 사업장을 변경할 수 있기 때문이다. 절차상 외국인 근로자는 국가가 알선하는 사용자가 자신을 선택하는 경우에만 사업장을 변경할 수 있기 때문에 자신이 원하는 사업장을 선택할 수도 없다. 기존 사업장에서 일을 그만둔 후 3개월 내 사업장을 구하지 못하면 비자가 취소되기 때문에 더 나은 사업장을 찾아 일을 그만두는 것은 모험에 가깝다.
이처럼 효과가 없는데도 불구하고 외국인 근로자의 사업장 변경 횟수를 제한하는 궁극적인 이유는 무엇일까. 그것은 외국인근로자로 하여금 저임금, 열악한 근로조건에서 계속해서 일을 하도록 하기 위함이다. 같은 일을 하면서도 외국인 근로자는 내국인 근로자보다 임금을 적게 받는다. 외국인 근로자의 노동시간은 한 달 평균 297시간, 하루 평균 11.5시간으로 내국인 근로자들의 평균 189시간보다 108시간이나 많다는 조사 결과도 있다. 반면 외국인 근로자에게 임금을 체불한 사업장은 2009년 4061곳이었으며 그 액수는 236억 8500만원으로 3년 사이 4배가 증가했다. 그럼에도 사업장 변경 횟수 제한으로 인하여 외국인 근로자는 사업장을 변경하지 못하고 강제로 일을 할 수밖에 없고 사용자는 낮은 비용으로 외국인 근로자를 계속해 사용할 수 있는 것이다.
물론 법적으로 3회까지는 사업장 변경이 가능하다. 그러나 외국인근로자가 일하는 사업장들은 대부분이 영세한 사업장이기 때문에 사업장이 문을 닫는 경우가 많다. 특히 농업처럼 계절을 타는 사업의 경우에는 사용자가 일이 없다는 이유로 외국인 근로자를 해고하는 경우가 많다. 이러한 경우에도 사업장 변경 횟수 제한으로 말미암아 그 위험은 외국인 근로자가 떠안게 된다. 개정 법령은 외국인 근로자의 책임이 아닌 사유로 사업장을 변경하는 경우에는 사업장 변경 횟수에 포함되지 않는다고 정하고 있지만 사용자가 외국인 근로자를 해고하거나, 근로기준법을 위반하거나, 외국인 근로자를 부당하게 대우한 경우는 외국인 근로자에게 책임이 있는 것으로 정하고 있다. 결국 근로계약이나 근로조건을 위반하거나 부당하게 대우하는 경우에는 사업장 변경 횟수에 포함되기 때문에 사실상 강제로 일을 할 수밖에 없는 것이다.
정부는 외국인 근로자는 대한민국 국민이 아니기 때문에 사업장 변경 횟수에 제한이 있더라도 감내해야 한다고 한다. 정부의 논리대로라면 외국인은 헌법상 권리를 보장 받지 못한다는 것이나 이미 우리 헌법재판소는 외국인에게도 인간의 존엄과 가치, 행복추구권이 있다고 인정한 바 있다. 헌법은 전문에서 ‘세계 평화 및 인류공영에 이바지’할 것을 목표로 하고 있으며 근로기준법 역시 ‘국적’에 의한 차별을 금지하고 있다. 세계 어디에도 외국인 근로자의 사업장 변경 횟수에 제한을 두는 나라는 없다. 또한 우리나라에 입국하는 모든 외국인 근로자가 사업장 변경 횟수의 제한을 받는 것은 아니다. 예컨대 외국어 강사는 사업장 변경 횟수에 제한이 없다. E-9 비자를 받고 들어온 외국인 근로자에 대해서만 이러한 제한이 있다. 고용허가제를 현대판 노예제로 평가하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
윤지영 공익변호사그룹 공감 변호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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