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흉년인데 쌀값 하락 "농민 어쩌라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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흉년인데 쌀값 하락 "농민 어쩌라고"

입력
2010.11.28 12:3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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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40만톤 재고 쌓여 있고 햅쌀 품질은 신통찮고 그나마 일시에 출하되니…

지난 달 터진 배추파동이 말해 주듯이 작황이 나쁘면 관련 농산물 가격이 폭등하는 게 정상이다. 그러나 유독 주곡인 쌀은 그렇지 않다. 올 생산량이 1980년(330만톤) 이래 최악이고, 지난해(491만톤)보다 12%나 감소한 429만톤에 머물렀는데도, 11월 산지 쌀 값은 지난해보다 오히려 낮다.

25일 농림수산식품부에 따르면 25일 현재 쌀값은 80㎏당 13만7,436원으로 지난해 동기(14만2,328원)보다도 5,000원이나 낮은 상태다. 쌀값 반등을 기대하며 흉년이 든 걸 다행으로 여긴 농가와 관계 당국으로서는 당혹스런 상황이다. 흉년인데도, 쌀값이 오르지 않는 이유는 뭘까.

재고부담에 홍수출하

전문가들은 "쌀이 배추와 다른 가격추이를 보이는 가장 큰 이유는 재고 때문"이라고 말한다. 배추는 작황 자체가 공급이므로 흉작 직후 가격이 급등하지만, 쌀은 넉넉한 재고가 쌓여 있다는 논리다. 한두봉 한국농업정책학회장은 "2009년산(90만톤)을 비롯해 적정 재고(72만톤)의 두 배에 가까운 쌀 재고가 흉작에 따른 공급 부족 가능성을 메워 주고 있다"고 말했다.

수확기를 맞아 일시에 물량이 출하된 것도 최근 하락의 또 다른 이유다. 농식품부 관계자는 "농협 부채 상환(12월)과 농지구입자급 상환(내년 1월) 등 자금 수요 때문에 농민들이 한꺼번에 출하하고 있다"고 말했다. 쌀 생산 농가(82만 가구)의 46%만 보관 시설을 갖춘 것도 수확기 집중 출하의 원인이다.

낮은 품질과 업체의 누적적자

2010년산 미곡의 품질이 예년보다 떨어지는 것도 가격 하향 요인이다. 농식품부 관계자는 "태풍과 집중호우, 일조량 부족으로 올해 특등급 판정 비율은 17%에 그쳤다"고 밝혔다. 지난해에는 특등급 비율이 46%에 달했다. 한국쌀전업농중앙연합회 관계자는 "특등급과 1등급의 가격 차이는 몇 천원에 불과하지만, 낮은 등급의 쌀(조곡)은 가공하면 수율(백미로 나오는 비율)도 낮다"고 말했다.

일선 산지의 종합미곡처리장(RPC)이 경영난으로 농민에게 야박할 수 밖에 없는 것도 미곡 가격 하락의 구조적 이유다. 농식품부에 따르면 최근 2년간 쌀값 하락으로 전국의 RPC가 입은 손실은 900억원에 달해, 대부분 RPC들이 쌀을 최대한 낮은 가격으로 사들이려는 상황이다. 대형 유통업체나 식자재업체도 재료비 부담을 이유로 비싼 가격으로 쌀을 사려고 하지 않고 있다.

결국 농가 소득 감소

이같은 상황이 전개되면서 쌀 농가의 소득도 급속히 감소할 전망이다. 실제로 농식품부에 따르면 2008년에는 수확기 산지 쌀값은 16만2,000원에 달했으나, 올해 3월에는 13만원대로 떨어졌고 9월에는 12만8,000원대까지 하락했다.

농업농민정책연구소 녀름 관계자는 "올해 수확기 쌀값이 13만5,000원에 머물 경우 쌀 농가 실질소득은 2009년보다 1조6,511억원 감소할 것"이라고 말했다. 민주노동당 강기갑 의원도 "쌀 값의 추세적 하락은 2005년 추곡수매제가 폐지되면서 생긴 일인 만큼 정부가 보다 책임 있는 자세로 문제해결에 나서야 한다"고 말했다.

정민승기자 msj@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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