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랑스 루브르박물관에서 가장 많은 사람들이 몰려 있는 곳, 바로 ‘모나리자’ 앞이다. 화가 서상익(33)씨의 그림 ‘서커스3(페인트 잇 블랙)’에서는 ‘모나리자’가 있어야 할 자리에 검게 칠해진 그림이 걸려있다. 그 앞에는 검정색 붓을 든 원숭이가 낄낄거리고 있고, 사람들은 검정색 페인트 그림을 향해 사진을 찍어댄다.
“작품 멀찍이 쳐진 통제선 밖에서 5~6줄로 겹쳐 선 채 ‘모나리자’를 보잖아요. 저 사람들이 예술적 가치를 이해하고 저렇게 매달리는 걸까, 그들에겐 그저 유명한 작품을 한번 봤다는 경험 자체가 중요한 것이 아닐까, 그렇다면 그림을 검게 칠해도 그들의 태도는 똑같지 않을까 싶었어요.”
서울 삼성동 인터알리아 아트스페이스에서 ‘서커스’라는 제목의 전시를 열고 있는 서씨는 일상 속 장면에 상상력을 더해 개인사부터 사회구조까지 다양한 이야기들을 담아낸다. 특히 뉴욕현대미술관, 파리 퐁피두센터 등 유명 미술관을 테마로 한 작품들이 많다. 그의 그림 속 관람객들은 혼자 변기에 앉아 있는 마르셀 뒤샹은 내버려둔 채 천장에 매달린 피아노 설치 작품을 우러러보거나, 아무것도 없는 텅 빈 캔버스를 심각한 표정으로 바라보기도 한다. 현대미술을 대하는 사람들의 태도를 꼬집고 있는 작품에서 젊은 작가의 고민과 유머가 동시에 느껴진다. 그는 “미술시장에 들어온 이후 때로 서커스쇼의 단원이 된 것 같다는 생각이 든다”고 말했다. 12월 10일까지. (02)3479-0114
김지원기자
‘서커스3(페인트 잇 블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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