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크 뷰캐넌 지음ㆍ김희봉 옮김
사이언스북스 발행ㆍ288쪽ㆍ1만5,000원
물리학은 이제 더 이상 자연현상 연구에만 머물지 않는다. 경제적 불평등, 인종 분리, 전쟁과 학살 같은 사회 문제까지 물리학과 수학 법칙으로 설명하려고 나선다. ‘사회물리학’이라고 부르는 최신 학문이 그것이다.
는 이 낯선 영역을 소개하는 교양서다. 저자 마크 뷰캐넌은 세계적인 과학 학술지 ‘네이처’의 편집자를 지내기도 물리학자로, 복잡계이론 전문가다.
사회물리학은 인간 세상도 물리 법칙의 지배를 받는다는 전제에서 출발한다. 사회를 하나의 물체로, 인간을 그 사회라는 물체를 이루는 원자로 이해하면 인간 세상 배후에 숨어 있는 패턴 또는 정밀한 수학적 법칙을 발견할 수 있다는 것이다.
이 책은 부, 권력과 정치, 계급 사이의 증오, 인종 분리 문제 등 여러 사회 현상을 다룬다. 집단행동의 수수께끼, 주식시장의 변덕과 헛소문도 수학 법칙과 컴퓨터 시뮬레이션으로 설명한다. 저자에 따르면 부의 불평등은 개인의 능력 차나 권력자의 음모 때문에 생기는 게 아니라, 우연과 반복의 물리학적 과정에서 생겨나는 ‘자연 현상’일 뿐이다. 평등이라는 가치를 둘러싼 사회과학의 격론과 운동가들의 오랜 투쟁을 단칼에 정리해버리는 이런 결론은, 지나치게 단순하고 몰가치적으로 보이기도 한다.
저자도 이 점을 의식하고 있는 듯하다. 인간의 행동과 마음을 완벽하게 기술하는 물리방정식은 만들 수 없다고 인정한다. 다만 자연을 설명하는 데 성과를 나타낸 자연과학의 방법과 기술을 인간 세상에도 적용함으로써, 각종 사회 문제에 대응하는 좀더 객관적이고 합리적인 해법을 찾아보자고 제안한다.
오미환기자 mhoh@hk.co.kr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