데이비드 몽고메리 지음ㆍ이수영 옮김
삼천리 발행ㆍ384쪽ㆍ1만9,000원
언제부턴가 흙은 하찮고 성가신 존재가 됐다. 잘 포장된 길이 문명의 표상이 된 반면 흙은 지저분함과 비위생의 상징이 됐다. 당연히 존재하는 것이며, 딱히 보호의 대상이라는 생각도 하지 않는다. 과연 흙은 홀대받고 천대받아 마땅한 것일까. 미국 워싱턴대학 지구우주과학부 교수인 데이비드 몽고메리는 단호히 아니라고 말한다. 그는 “땅의 비옥함과 침식이 역사의 방향을 바꾸는 데 얼마나 큰 영향을 끼쳤는지 생각해 볼 일”이라고 주장하면서 “어떻게 흙을 다루느냐가 우리 문명의 장래를 보장하는 일 가운데 가장 중요하다”고 역설한다.
저자는 흙을 ‘지구의 살갗’이라고 정의한다. 흙은 지구라는 몸을 지켜주는 보호막의 역할을 하고 있다는 주장을 반영한 표현이다. 그는 흙이 석유나 석탄처럼 고갈되는 천연자원이라고 말한다. 흙이 생겨나는 속도보다 훨씬 빠르게 사라져가고 있다고도 주장한다. 겉흙 10㎝가 만들어지는 데는 1,000년이 걸릴 수도 있는데 자연현상이나 인간의 생산과 파괴활동으로 침식되고 유실되는 흙이 훨씬 많다는 것이다. 그는 알뜰히 조심스럽게 활용하지 않으면 역사 속으로 사라진 여러 문명들처럼 현대문명도 비극적인 최후를 맞을 것이라고 경고한다.
그렇다면 흙의 부재가 불러올 인류문명의 암울한 미래는 막을 수 없는 것일까. 저자는 문명의 수명을 연장시킬 수 있는 방법이 분명 있다고 주장한다. “흙을 더는 잃지 않으려면 무엇보다 숲을 보존해야 하고, 농지에서는 지역에 맞는 방법으로 흙이 비바람에 노출되지 않도록 해야 한다”는 것. 그러기 위해선 “정치가나 정부 관리가 흙을 지키는 영농방식을 지원하는 정책을 가장 중요한 소명 중 하나로 깨달아야 한다”고 조언한다.
라제기기자 wenders@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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