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19일 KBS 이사회가 텔레비전 방송 수신료를 3,500원으로 1,000원 인상하는 안을 의결했다. 수신료 인상안은 방송통신위원회를 거쳐 국회 승인을 받는 절차를 남겨놓고 있다. KBS 수신료 인상논의는 어제 오늘의 일만은 아니다. 1981년 책정된 현행 2,500원의 수신료는 지난 30여 년 동안 반대여론에 밀려 물가인상분조차 반영하지 못했다.
수신료 인상에 호의적이지 않은 사회적 여론의 핵심은 공영방송을 자부하는 KBS 보도의 공정성이다. 각종 여론조사에서 영향력 1위를 기록해온 KBS가 공정성 시비에 휘말린 것은 불행한 일이다. 우리 사회 구성원들의 인식이 그렇게 생각한다면 그것은 KBS가 대책을 강구해야 할 문제인 것이다.
한 조사기관이 내놓은 자료에 따르면, 일반국민의 66%, 전문가 84%가 현재 수신료 금액 이상을 지불할 뜻이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그러나 여기에는 단서가 있다. KBS가 공적 역할을 강화해야 한다는 것이다.
지금 국민들이 바라는 것은 수신료 1000원의 부담보다는 KBS의 공정성과 공영성에 더 큰 관심이 실려 있다. 좌로나 우로 치우치지 않고 옳은 것은 옳다 하고 그른 것은 그르다고 말할 수 있는 정도(正道)언론, 그리고 대중의 이익을 대변하고, 국민들의 알권리와 여망을 외면하지 않는 그런 방송에 대한 바람을 충족시켜야 할 책임이 KBS에게 있는 것이다.
오늘날 방송기자재와 방송기술은 비약적인 발전을 거듭하고 있다. 이에 못지않게 방송에 대한 시청자들의 수준 또한 높아져가고, 고품질 방송콘텐츠에 대한 욕구도 다양해지고 있다. 상당수 시청자들이 추가비용을 지불하고 유료 케이블을 보고 있는 것도 이런 욕구와 무관치 않아 보인다.
난시청 해소 등 열악한 방송환경을 정비하고 디지털 전환, HD등 고품질 콘텐츠 제작을 위해서는 많은 비용이 든다. 더구나 공영방송인 KBS의 상업광고에 대한 시청자들의 불만을 해소하기 위해서는 큰 폭의 수신료 인상이 요구된다. 현재의 KBS시청료는 영국BBC의 1/9 수준이고, 일본 NHK의 1/7 수준이다. 심지어 아프리카 남서부 대서양 연안 국가인 나미비아보다도 낮은 실정이라 한다.
한 달 1,000원의 수신료 인상의 가치를 많다 적다 이야기 할 수는 없다. 그러나 국민 모두가 어느 곳에서건 온 가족이 마음 놓고 볼 수 있는 양질의 프로그램, 특히 선정적인 내용을 배제한 건전한 공영방송을 키워야 하는 것 또한 시청자의 몫이다.
시시각각 변하는 국제사회에서 방송도 경쟁력을 지녀야 한다. 더구나 KBS를 상업방송과 차별화된 공영방송으로 키워나가기 위해서는 수신료 인상을 통해 합리적인 선에서 길을 터주어야 한다. 아울러 KBS 또한 차제에 보도의 공정성 확보방안과 국민들이 납득할 만한 경영합리화 방안을 내놓아야 한다.
우리도 영국의 BBC, 일본의 NHK 방송처럼 상업적 광고 없는 공영방송을 갖게 되는 그 날이 앞당겨 졌으면 하는 바람 간절하다.
오성삼 건국대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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