랄프 웬저, 굿모닝북스
“대한민국 주식형 펀드는 사실상 액티브 펀드를 가장한 인덱스 펀드야.”
한 지인이 차이가 없이 비슷비슷하게 운용되는 우리나라 펀드의 모습을 두고 안타까운 마음에 던진 말이다. 그도 그럴 것이 펀드매니저는 삼성전자 현대차 포스코 등 대형주를 편입해 시장과 비슷하게 수익률이 나면 욕을 먹지 않기 때문이다.
이러한 현상은 선진 금융시장이라는 미국도 마찬가지다. 이 책의 원제인 ‘A Zebra in Lion Country’는 미국 펀드매니저의 행태를 비유를 들어 꼬집는 제목이다. 마치 얼룩말이 사자에 잡혀먹을 위험이 없는 무리 중간에 머무르는 것처럼, 펀드매니저도 자리가 없어질 위험 때문에 대형주에 투자하는 평범한 결정을 한다는 것이다. 하지만 신선한 풀은 무리 중간이 아니라 아무도 가지 않으려 하는 바깥쪽에 있다.
모두가 대형주에 투자하는 시기였던 1970년대 초 기존 관습에 반기를 들고 소형주 투자 분야를 개척한 랄프 웬저는 이 책을 통해 사자에게 잡혀먹지 않으면서도 신선한 풀을 뜯을 수 있는, 즉 위험을 낮추면서도 만족할만한 수익을 올릴 수 있는 투자 방법을 제시하고 있다. 30년간 소형주 투자라는 한 우물을 파 자신의 펀드 고객에게 130배의 수익을 안겨준 대가인 만큼, 내용의 깊이가 상당하다. 다 건너 뛰고 12장에서 소개하는 다섯 가지 법칙만 읽어봐도 그 진가가 유감없이 드러난다. 제목에서도 느낄 수 있듯이 실제적인 내용을 다루면서도 비유와 은유가 풍부해 쉽게 읽힌다는 점도 장점이다.
사실 중소형주 투자는 외롭다. 증권사 자료도 거의 없고 투자하기에 너무 위험하다는 인식도 걸림돌이다. 하지만 그래서 기회가 있다. 우리나라 주식시장의 가장자리에는 여전히 신선한 풀이 가득하다. 이 책이 많은 펀드매니저에게 용기를 불어넣어 신선한 풀을 고객에게 선사하는 펀드가 다양하게 출현하길 기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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