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때 '졸부'란 단어가 유행한 적이 있다. 사전적 의미로는 갑자기 부자가 된 사람을 이르는 말이다. 과거 고도성장 과정에서 땅 값이 크게 오르면서 졸지에 부자가 되어 돈을 써야 할 곳과 말아야 할 곳을 구분 못하고 다른 사람의 눈살을 찌푸리게 하는 사람들을 비아냥거리는 표현으로 주로 사용되었다.
버는 것도 중요하지만 쓰는 것은 더 중요하다. 쓰는 행동에서 그 사람의 '격(格)'이 나타나기 때문이다. '정승처럼 쓰라'는 우리의 격언은 바람직한 소비의 미학을 가르친다.
대한민국은 부자나라다. 선진국 이외 국가로서는 처음으로 G20정상회의를 개최하고 의장국이 될 정도가 되었으니 말이다. GDP규모로 세계 15위, 몇 십 년 전만해도 가난한 나라로 분류되는 나라들보다 더 못살았다. 우리가 이룩한 경제적 업적과 성과에 자부심을 느끼는 것은 마땅하다.
하지만 생각해보자. 혹시 우리나라가 졸부 국가가 될 수도 있지 않을까? 졸부는 괜히 졸부가 아니다. 물가가 상승하고 유가가 사상 최고치를 연일 기록하는 가운데 서울 시내는 불 밝힌 빌딩과 넘쳐나는 차들로 불야성이다.
지금 지구촌은 기후변화에 촉각을 세우고 있다. 지난 여름 도시는 말할 것도 없고 바닷가도 숨막히는 폭염으로 끓었고, 열대야는 편한 잠을 허용하지 않고 소위 '물폭탄'이라 불리는 폭우는 서울 광화문 일대를 삼켰다. 이처럼 기후변화는 우리 생활 깊숙이 파고들어 심각한 영향을 주고 있다. 예측할 수 없는 날씨와 그로 인한 피해는 갈수록 심각해질 것이다.
왜 이런 일들이 벌어질까? 그 이유는 다름 아닌 온실가스라고 불리는 탄소 때문이고, 탄소는 석유 석탄 가스와 같은 화석연료가 연소하는 과정에서 나온다.
안타깝게도 우리나라 에너지 소비는 세계 최고 수준이다. 같은 양의 물건을 만드는 데 소비하는 에너지 소비효율(GDP 1,000달러는 얻는 데 드는 에너지 양)이 우리나라(0.335)가 일본(0.101)보다 3배, OECD국가 평균(0.187)보다 약 두 배 낮다. 물론 중화학공업 위주의 산업구조가 큰 원인이기도 하지만 이 같은 국가 에너지 소비체계로 탈석유, 저탄소 시대에 우리나라가 지금과 같은 성장 수준을 유지할 수 있을지 의문이다.
고유가 시대가 계속되는데도 에너지 소비는 거꾸로 상승곡선이다. 우리나라가 과거에 비해 부자가 된 것은 사실이지만 불필요한 곳에서 자원을 낭비하고 흥청망청 소비하는 '에너지 불감증(不感症)'에서 기후변화 시대에 '졸부' 국가로의 전락 가능성을 엿보게 된다.
남의 탓, 산업구조 탓이라고 생각할 여유가 없다. 온실가스가 산업분야에서만 많이 배출되는 것이 아니라 전체 43%가 비 산업분야에서 배출된다. 국민 각자가 기후변화 위기의식을 갖고 자원을 아끼고 에너지를 절약하는 녹색생활 실천을 생활화해야 하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
국민들이 녹색생활 실천을 위해 노력해야 할 때다. 녹색생활은 어려운 일이 아니라 누구나 쉽게 할 수 있는 일이다. 내복을 입고 가까운 거리는 자전거나 대중교통으로 이동하고 화장실에서 쉽게 쓰고 버리는 휴지 대신 손수건을 사용하는 등 생활습관 몇 가지를 바꾸는 것이 바로 녹색생활이다. 혹자는 이러한 작은 실천으로 얼마나 바뀔 수 있겠느냐고 반문할지 모르지만 21세기형 선진 강국은 녹색생활 국가이다. 국가가 '부강'해지고 국민이 '부자'가 되는 그날을 기다려본다.
이만의 환경부장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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