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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과세상/ '모터사이클 필로소피' 육체 노동과 지식 노동…어느 일이 더 행복할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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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과세상/ '모터사이클 필로소피' 육체 노동과 지식 노동…어느 일이 더 행복할까

입력
2010.11.26 12: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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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튜 크로포드 지음ㆍ정희은 옮김

이음 발행ㆍ320쪽ㆍ1만3,000원

<모터사이클 필로소피> 는 저자 매튜 크로포드의 범상치 않은 이력에서 비롯된 책이다. 크로포드는 미국 시카고대에서 정치철학 박사학위를 받은 뒤 높은 임금과 사회적 지위가 보장된 워싱턴 싱크탱크의 연구소장이 됐다. 그러나 다섯 달 만에 연구소를 때려치우고 오토바이 정비소를 차렸다. 그는 직장을 그만둔 이유를 이렇게 말한다. "나는 항상 피곤했고, 솔직히 월급을 받는 이유를 전혀 이해할 수 없었다. 내가 도대체 누구에게 실질적 상품이나 유익한 서비스를 제공했단 말인가?"

이 책은 크로포드가 자신의 경험을 바탕으로 일의 가치에 대한 고찰을 담은 에세이다. 10대 때는 자동차 정비소에서 견습공으로 일했고, 석사 과정을 마친 후 한 회사에 취직해 학술지 색인ㆍ초록 작성자로 근무하는 등 지식노동과 육체노동의 세계를 모두 체험한 그는 결국 "싱크탱크에 있을 때보다 오토바이 정비소에서 더 많은 생각을 한다는 사실을 깨닫게 됐다"고 한다. 그리고 그는 사고와 행동, 지식노동과 육체노동을 분리하는 사회적 통념에 질문을 던지면서 손을 써서 일하는 능력이 지닌 지적, 사회적 풍요로움에 대해 역설한다.

그에 따르면 오토바이를 정비할 때는 분해에 앞서 수많은 변수와 가능성을 따져보는 과정에서 끝없는 인지적 도전을 받게 된다. 이를 해결하려면 다양한 소리, 냄새, 감촉의 미세한 차이를 구분해낼 줄 아는 직감이 있어야 하는데, 이 직감은 오랜 훈련과 경험에 의해서만 가능하다. 또한 오토바이 애호가, 골동품기계 수집가, 수리공 모임 등 여러 집단과의 소통과 교류를 통해 형성해온 지식의 네트워크가 필요하다. 특정 방법에 대한 실질적 지식은 사람의 경험과 연관되기에, 오직 몸으로 살아내야 얻을 수 있기 때문이다. 오늘날 사무직 노동자들이 칸막이 사무실 속에 갇혀 세상이나 사람과 점점 단절돼가고 있는 반면, 손기술은 실제 사물과 마주하며 생겨나는 진정한 지식을 쌓도록 해준다는 것이 그의 주장이다.

책에서 손기술이 제공해주는 것으로 꼽는 또 하나는 실패의 경험이다. 오토바이 정비를 하다보면 매일같이 실패를 경험하지만, 정치ㆍ경제 지도자 등 사회 특정 계층들은 실패의 경험이 배제된 교육 과정을 거쳤기에 자신이 오류를 범할 수 있다는 사실을 의식하지 못하며, 그 때문에 신중함이 부족한 행동을 자주 보인다는 것이다.

그는 육체노동이 지식노동이 우월하다고 단정지어 말하지는 않는다. 다만 자신의 경험을 번갈아 들려주면서 육체노동이 부여해주는 행위주체성과 자립성, 책임감, 공동체와의 결속력 등을 자연스럽게 강조한다. 이야기를 풀어가는 과정에 아리스토텔레스, 데카르트, 하이데거, 한나 아렌트 등의 다양한 철학적 사유와 오토바이 관련 전문 용어들이 얽혀 있어 책을 읽기가 쉽지는 않다. 그러나 젊은이들을 향한 저자의 목소리만큼은 분명하게 들린다. "단순히 남부럽지 않은 삶은 살기 위해 마지못해 대학에 갈 필요는 없다. 하루 종일 사무실 칸막이 속에서 낮은 수준의 창조적 업무를 감시하는 사람보다는 독립적인 기술자가 되는 편이 나쁜 영향도 덜 받고 돈도 더 잘 벌 가능성이 높다." 책의 원제는 '영혼을 만드는 기술 수업'이라는 뜻의 'Shop Class as Soulcraft'.

김지원기자 eddie@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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