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월 5일 남태평양 뉴질랜드령 토켈라우제도 아타푸섬. 사무엘 펠레사(15) 필로 필로(15), 에드워드 나소(14) 등 소년 3명이 조그만 알루미늄 배에 몸을 싣고 인근 섬으로 이동하던 중 실종됐다.
소년들의 실종 소식에 뉴질랜드 공군이 며칠째 수색에 나섰으나 끝내 배를 발견하지 못했다. 70일 가까운 기간을 견디고 구조된 칠레 광부들의 소식을 접하면서 혹시나 하는 실낱 같은 기대도 걸었지만, 망망대해에서 이들을 찾기란 불가능했다. 결국 가족과 이웃 500여명은 소년들을 사망한 것으로 보고, 장례를 치르고 추모제까지 치렀다. 그리고 기적이 일어났다.
AFP통신 등은 소년들이 실종된 지 50일 만인 24일 실종해역에서 1,300㎞ 떨어진 피지 북동쪽 해상에서 인근을 지나던 참치잡이 배가 소년들이 타고 있던 배를 발견, 구조에 성공했다고 25일 보도했다.
이 선박의 1등 항해사 타이 프레드릭센은“평소 이용하지 않던 해로를 따라 귀환하던 중 수평선에 물체가 떠있는 것을 발견, 접근해보니 소년들이 구해달라고 미친 듯이 손을 흔들고 있었다”며 “소년들은 멈춰 서줘서 고맙다는 말만 연신 했다”고 전했다. 어선의 의료담당이기도 한 그는 “우리가 항해로를 1㎞만 벗어났더라도 이들을 찾지 못했을 것”이라며 “이는 정말 기적”이라고 덧붙였다.
쥘 베른의 소설 를 연상케 하는 소년들의 생존스토리는 그야말로 한편의 드라마였다. 허기를 채우기 위해 낚시로 잡은 물고기와 배에 내려앉은 갈매기를 잡아 먹었고, 밤에 내리는 빗물을 저장해 두었다가 마시기도 했다. 한동안 비가 내리지 않아 짜디짠 바닷물로 입을 축이기도 했다.
발견 당시 소년들은 수척해진데다 탈수증세를 호소하고 뜨거운 햇살에 화상을 입기도 했으나, 50일간 표류한 것에 비해서는 건강상태가 양호했다고 선원들은 전했다. 구조후 정맥주사로 수분을 공급받은 소년들은 곧장 물과 음식을 입에 댈 수 있었다.
프레드렉센은 “아이들이 오랜 기간 바다에 있었던 것을 고려하면 믿을 수 없을 정도로 상태가 좋다”며 “야위었지만 정신력만은 살아있었다”고 말했다. 이들은 26일 피지의 수도 수바의 스탠리 브라운 해군기지에 도착한 즉시 인근 병원으로 이송됐다.
필로의 부친 타누씨는 뉴질랜드 방송에 출연, “기적이다. 소식을 듣자마자 마을 사람들이 거리로 쏟아져 나와 노래를 부르고 서로 부둥켜 안고 기쁨의 눈물을 흘렸다”고 심정을 전했다.
한창만기자 cmhan@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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