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금이 지음
푸른책들ㆍ304쪽ㆍ1만1,000원
교과서에도 실린 스테디셀러 동화 의 후속작이다. 11년 동안 독자들의 수많은 후속편 요구에도 꿈쩍않던 작가가 가슴 속의 소희를 다시 만나게 된 건 지난 겨울 강연에서 만난 여중생 때문이었다고 한다. 그 여중생은 “달밭마을을 떠난 소희는 어떻게 됐어요?”라고 물었고, 집으로 돌아오는 내내 작가는 소희의 후일담을 곰곰 생각했다.
전작에서 소희는 아빠가 죽고 엄마가 집을 나간 뒤 할머니와 단 둘이 작은 시골마을에 살았다. 결핍과 상처는 그를 웃자라게 만들었고, 할머니까지 여의고 작은아버지 댁에 얹혀살게 되는 것으로 이야기는 막을 내렸다. ‘하늘말나리’는 하늘을 향해 피는 들꽃으로, 달밭마을 친구들은 자기 자신을 사랑할 줄 아는 소희를 이 꽃에 비유했다.
은 그 뒤 두 살을 더 먹은 열다섯 소희의 삶을 그린다. 재혼한 엄마를 따라 부잣집에 살게 된 소희는 물질적으로는 풍요로워졌지만 가족애는 느낄 수가 없다. 과거를 감추는 탓에 친구들과도 허물없이 소통하지 못한다. 이런 소희는 엄마에게 참았던 말을 쏟아내고, 친구들과도 진실한 관계를 맺게 되면서 마음의 안정을 찾는다. 건강한 욕망의 분출이 아픔을 치유하고 그를 자유롭게 만든 것이다.
무대는 작은 시골마을에서 서울로 옮겨왔지만 각각의 인물이 모두 상처를 지니고 있다는 점은 전작과 다르지 않다. 돈 많은 새 아빠는 폭력을 휘두르고, 고상해 보이는 엄마는 소희와 함께 살기 위해 숨죽인 채 지낸다.
작가는 요즘 10대들의 자유로운 이성 교제와 패션, 말투 등 디테일한 부분까지 사실적으로 묘사해 공감을 더한다. 청소년이 주인공이지만 인간의 보편적 특성을 다루고 있어 어른이 읽기에도 무리가 없다. 하고 싶은 말을 숨긴 채 입을 굳게 다문 여린 소녀의 얼굴, 전체 이야기를 함축하고 있는 표지 그림은 작가의 딸 이누리씨가 직접 그렸다.
김혜경기자 thanks@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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