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6일 마감된 우리금융지주 매각 입찰의향서 접수에 우리금융 11곳, 경남은행 5곳, 광주은행 7곳 등 무려 23곳 후보가 몰렸다. 우리금융 3~4곳, 경남ㆍ광주은행 각 3곳 정도를 점쳤던 당초 시장의 예상을 훨씬 뛰어넘는다. 일단 외형상 ‘대성황’을 이룬 셈. ‘우리금융 컨소시엄 외에 과연 유효한 경쟁이 성립하겠느냐’는 그간의 우려도 향후 인수 후보들간의 이합집산을 포함한 복잡한 수싸움으로 옮아가고 있다.
예상 밖 흥행
‘최소 4% 이상 지분 인수’가 기준인 우리금융 입찰에 참가 의사를 밝힌 곳은 우리금융이 주축이 된 컨소시엄 2곳과 국내외 사모펀드 등인 것으로 전해진다.
특히 그간 과점주주 방식의 독자 민영화를 공언해 온 우리금융은 우리사주조합을 대표로 한 ‘우리사랑 컨소시엄’과 우리은행과 거래하는 중소기업 경영인 모임인 ‘우리은행 비지니스클럽’ 대표가 주축이 된 컨소시엄 등 2개로 나눠 LOI를 제출해 눈길을 끌었다.
이는 인수 가능성을 조금이라도 높이기 위한 ‘안전장치’라는 분석. 두 컨소시엄은 향후 입찰 때 가격과 인수 물량 등을 달리해 참여할 것으로 보인다. 우리금융 관계자는 “정부 보유 지분(56.97%)을 모두 인수할 수 있는 10조원 이상의 투자금을 확보했다”며 “투자금 규모는 더 늘어날 것”이라고 말했다. 우리금융 컨소시엄에는 포스코와 KT 등 대기업도 각 4,000억~5,000억원 가량 투자할 것으로 전해졌다.
우리금융 컨소시엄 외에 인수전에 참여한 대표적인 곳은 변양호 전 재정경제부 금융정책국장이 공동대표로 있는 보고펀드와 미국계 사모펀드인 칼라일. 이밖에 국내 최대 사모투자펀드인 MBK파트너스, 호주의 투자은행(IB)인 맥쿼리, 영국의 아비바그룹, 홍콩에 본부를 둔 어퍼니티에쿼티파트너스 등도 참여 의사를 밝힌 것으로 알려졌다.
경남은행 인수에는 경남지역의 상공회의소를 중심으로 구성된 경남은행인수추진위원회와 부산은행, 대구은행 등이 LOI를 냈으며 광주은행에는 전북은행과 광주상공회의소, 중국 공상은행 등이 참가 의향을 밝혔다.
예보는 이날 입찰 의향을 밝힌 기관 및 투자자들에게 우리금융의 상세 정보가 담긴 투자안내서(IM)를 보내고 다음달 20일 예비입찰을 통해 연말까지 최종 본입찰 대상자(쇼트리스트)를 선정한 뒤, 내년 상반기 중 우선협상대상자를 확정할 계획이다.
복잡해진 매각 방정식
하나금융의 갑작스런 불참 선언으로 자칫 민영화 무산까지 우려하던 정부는 반색하고 있다. 예상보다 훨씬 많은 후보가 몰린 덕에 유효경쟁이 무산될 우려나 최악의 경우 수의계약까지 고려해야 할 부담은 크게 줄었기 때문이다.
하지만 아직 결과를 속단키는 어렵다. 당장 LOI를 낸 11곳 가운데 ‘허수’가 적지 않을 것이란 관측이 많다. 입찰 최소기준인 지분 4% 정도만 투자하겠다는 후보나 론스타처럼 매각차익을 노린 투기자본이라면 당국으로부터 경쟁자로 인정받지 못할 가능성이 높다. 정부 관계자는 “11개 후보 모두가 진정성이나 단독 인수능력을 갖췄다고 보기는 어렵다”며 “향후 투자자들 사이의 합종연횡 결과에 따라 인수전 판도는 상당히 달라질 수 있다”고 말했다. 외형상은 11대 1의 경쟁률이지만 실제로는 2파전이나 3파전, 최악의 경우 우리금융의 단독 입찰일 수도 있다는 의미다.
다만 앞으로 우리금융 외 투자자들이 최소한의 유효경쟁 구도만 만든다면 “충분한 자금을 마련했다”는 우리금융의 독자 민영화 가능성은 한층 탄력을 받을 것으로 보인다. 정부 관계자는 “민영화 절차를 시작한 만큼 정부로서는 최대한 성사를 위해 노력할 수밖에 없다”며 “민영화 과정은 이제 5부 능선을 넘었을 뿐, 앞으로도 검토ㆍ판단해야 할 일이 많을 것”이라고 말했다.
김용식기자 jawohl@hk.co.kr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