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은 한미동맹에 의지하는 것 외에 북한을 다룰 방법이 없는 것 같다. 그러나 현실은 미국과의 동맹이 한국의 안전을 보장하지 못한다는 것이다. 지금까지 한미연합훈련은 북한을 저지하는데 실패했고 이번에도 효과가 의문이다 (중국 환추ㆍ環球시보 26일자 사설).” “연평도 사건 이후 한국은 비통해하고 중국은 외교적 난관에 빠졌고 미국과 일본은 분노하고 있지만 북한만이 기를 펴고 활개치고 있다. 북한이 눈앞만 쳐다보고 이런 식으로 간다면 미래가 없을 것이다 (환추시보 26일자 사설).”
중국 공산당 기관지 런민(人民)일보 자매지 환추시보는 28일 사설을 통해 예정된 서해 한미연합훈련을 겨냥해 “한미동맹은 쓸모 없는 원자탄”이라고 한미를 싸잡아 맹비난했다. 한편 같은 날 다른 사설에서는 북한에 대해서 처음으로 비난의 화살을 퍼부었다. 천안함 사태 당시 일방적으로 북한 편에 섰던 환추시보가 연평도 포격에 대해서는 한미를 맹비난하면서도 또 다른 한편에서는 북한을 성토하는 양비론(兩非論)적 태도를 취하고 있다. 중국정부가 당사국들의‘냉정과 자제’를 촉구하면서 아직 입장표명을 유보하며 고심하고 있음을 반영하듯 언론 역시 갈피를 잡지 못하는 모습이다.
이 같은 중국정부와 언론의 태도는 연평도 포격의 책임소재에 대한 이성적 판단보다는 서해 한미연합훈련에 대한 중국인들의 불안감을 자극해 한국과 미국에 대한 적개심을 조장하고 민족주의를 자극하는 결과를 초래하고 있다.
그러나 중국 네티즌들의 반응이 모두 중국정부의 의도에 동조하는 것은 아니다. “남북간의 전쟁이 발생할 경우 중국은 1950년대 한국전처럼‘항한원조(抗韓援朝ㆍ한국에 항거해 북한을 지원하는) 전쟁’을 벌여야 하느냐”라는 원성이 흘러나오는가 하면 직접적으로 북한의 선제도발을 비난하는 목소리도 터져 나오고 있다. 홍콩 펑황왕(鳳凰網)에 올라온 블로거의 글에는 “인터넷을 통해 국제뉴스를 접해보면 북한이 연평도 포격을 도발한 것이 자명한데 왜 우리 중국언론들은‘기계적 균형’에 매달려 남북한의 양쪽 주장을 동등하게 다루면서 양비론적인 시각을 유지하는가”라고 불만을 표시했다. 다른 블로거는 북한의 포격도발에 침묵하면서 북한을 끌어안고 가려는 중국정부의 전략적 아집에 대해 “북중혈맹의 맹목적 신념”이라며 꼬집었다.
미국 클레어몬트 맥케나대 페이민신 교수는 26일자 파이낸셜타임스 기고에서 연평도 포격과 같이 전말이 명백한 사건을 놓고도 중국이 자기만의 시각을 고집하면서 국제사회의 인식과 괴리가 너무 커 중국에 대한 국제적 불신의 벽이 높아지고 있다고 지적했다. 중국은 또 객관적인 보도를 허용하지 않고, 애국주의 교육 등을 통해 민족주의를 선동하면서 전략적으로 사건의 진실을 왜곡하고 있다고 페이교수는 분석했다.
베이징=장학만특파원 local@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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