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바둑이 광저우 아시안게임에 걸린 모든 금메달을 휩쓸며 바둑 강국의 자존심을 드높였다.
한국은 26일 중국 광저우기원에서 벌어진 2010 광저우아시안게임 바둑 남녀 단체전 결승에서 동반 금메달을 따냈다. 이로써 한국은 22일 혼성 페어 금메달에 이어 이번 대회에 걸린 3개의 금메달을 싹쓸이하며 일본과 중국을 압도하는 바둑 최강국으로 자리매김했다.
이창호(35), 강동윤(21), 이세돌(27), 박정환(17), 최철한(25)으로 구성된 남자대표팀은 이창호가 구리를 상대해 197수 만에 승리를 알리면서 산뜻하게 출발했다. 이어 이세돌이 쿵제에 졌지만, 강동윤이 류싱에게 불계승을 거두고 최철한이 저우뤼양에게 항서를 받으면서 금메달을 확정했다. 마지막으로 나선 박정환도 셰허와 288수까지 접전을 벌인 끝에 6집반승을 챙겨 금메달 축포를 쏴 올렸다. 4-1 승리.
여자대표팀은 끝내기 승리라 더욱 짜릿했다. 김윤영(21)이 송롱후이를 이기고, 조혜연(25)이 탕이에게 지면서 1승1패가 됐지만 이민진(26)이 끝내기 1집반으로 루이 나이웨이를 물리쳐 2-1로 금메달을 합작했다. 이로써 한국은 처음으로 정식종목으로 채택된 이번 대회에서 홈팀 중국을 꺾고 금메달을 싹쓸이했다.
이번 결승전에서 두 팀 감독은 예선 때와 전혀 다른 오더를 선보였다. 한국 남자팀 오더는 이창호 강동윤 이세돌 박정환 최철한으로 조한승이 빠졌고, 중국은 구리 류싱 콩지에 씨에허 저우루이양으로 노장 창하오가 휴번이다. 이세돌과 콩지에가 예선에 이어 다시 만났을 뿐 나머지 네 명은 각각 다른 상대를 만났다.
한편 여자팀은 한국이 이민진 김윤영 조혜연을 선발로 내세웠고 중국은 루이나이웨이 송롱후이 탕이가 나왔다. 여자팀 역시 예선 때와 전혀 다른 대진이었다.
그동안 단체전에서 유달리 강한 모습을 보였던 이창호는 최근의 극심한 부진을 털어내고 가장 중요한 대국인 중국과의 예선과 결승전에서 창하오와 구리를 잇달아 제압해 한국팀의 든든한 맏형 역할을 톡톡히 했다.
한국 선수단의 막내 박정환은 혼성페어전 금메달에 이어 단체전에서도 7전 전승을 거둬 최고 수훈을 세우면서 2관왕의 연예를 안았다. 최철한은 선수단의 허리 역할을 맡아 분위기메이커로 활약했고 강동윤 역시 소리 없이 승수를 보탰다. 또 예선에서 6전 전승으로 한국팀 승리에 크게 기여한 현역군인 조한승은 이번 우승으로 귀국 후 즉각 전역하게 된다. 그러나 한국 랭킹 1위 이세돌은 중국 랭킹 1위 콩지에에게 예선과 결승에서 모두 져 아쉬움을 남겼다.
한편 여자팀에서는 이민진이 ‘광저우의 여신’이란 별명답게 강적 루이나이웨이를 물리쳐 든든한 맏언니 역할을 확실히 했고 혼성페어 우승자 김윤영이 송롱후이를 물리쳐 단체전에서도 한국팀에 금메달을 안겼다.
중국은 한국을 이기기 위해선 인해전술이 유리하다고 생각해 이번 대회서 단체전만 열었지만 개인전보다 단체전에서 더욱 책임감을 갖고 최선을 다하는 한국 선수단의 불꽃 투혼에 결국 무릎을 꿇고 말았다. 한국 선수단은 27일 인천공항을 통해 개선한다.
박영철 객원기자 indra@hk.co.kr
광저우=김종한기자 tellme@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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