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은 역시 단체전에 강했다. 사상 최초로 제16회 광저우 아시안게임에서 정식종목으로 치러진 바둑 경기에서 한국이 남녀단체전과 혼성페어 등 아시안게임 바둑경기 전 종목을 싹쓸이 해 바둑최강국의 면모를 다시 한 번 전세계에 알렸다.
바둑 최강국 면모 과시
당초 목표했던 금메달 두 개, 은메달 한 개를 초과 달성한 기대 이상의 큰 성과다. 작년 말부터 바둑 사상 최초로 여자상비군을 구성해 1년여 동안 맹훈련을 실시한 노력이 큰 성과를 거둔 것이다.
한국 바둑계로선 이번 광저우 아시안게임이 매우 색다르고 의미 있는 경험이었다. 5년 전부터 바둑의 정체성을 문화예술에서 체육으로 바꾸고 올 2월에 드디어 대한체육회 정가맹단체가 됐지만 아직까지 바둑인들 스스로도 체육으로서의 바둑에 적응하지 못하고 서먹서먹한 점이 없지 않았는데 이번 아시안게임을 계기로 바둑이 확실히 체육으로 자리매김했다는 사실이 만천하에 알려졌다.
바둑 사상 최초로 국가대표팀이 구성되고 비록 3박4일간의 짧은 일정이었지만 대표선수들이 태릉선수촌에 들어가 정신교육과 체력훈련을 받은 것도 가슴에 단 태극마크에 부끄럽지 않게 최선을 다해야 한다는 책임감과 긍지를 느끼기에 충분했다. 그래서 이제는 아무개 사범이 아니라 선수 감독 코치란 명칭이 낯설지 않게 됐다.
바둑에 대한 외부의 인식도 크게 달라졌다. 그동안 세계 대회서 한국이 몇 번씩 우승해도 신문 한 구석에 조그맣게 보도되는 게 고작이었지만 이번에는 바둑 선수들의 활약이 뉴스면에 대문짝만하게 실리고 공중파TV뉴스에까지 나가게 된 것을 보고 바둑계 인사들은 가슴 뿌듯한 감동을 받았다고 했다.
인천 아시안게임 정식종목 채택 무산 위기
그러나 자칫하면 이같은 감동과 흥분이 어쩌면 이번이 처음이자 마지막이 될 지도 모른다. 2014년 인천 아시안게임에서 바둑이 정식 종목에 채택되기 어렵다는 불행한 소식이 기다리고 있기 때문이다.
아시아올림픽평의회(OCA) 측은 다음 대회부터 아시안게임종목을 현재 42개에서 35개로 대폭 축소키로 방침을 정했다. 이에 따라 당구 바둑 인라인롤러 댄스스포츠 등이 퇴출 대상이 됐다. 바둑계도 이같은 사실을 잘 알고 있기에 이번 아시안게임 준비에 더욱 공을 들였다. 일단 이번 대회에서 좋은 성적을 올린 다음 바둑계 전체의 역량을 모아서 인천 아시안게임에서 바둑이 다시 정식종목으로 채택되도록 전력을 기울이기로 했기 때문이다. 하늘의 도움인지 이번 아시안게임에서 한국 바둑 선수단이 최고의 성적을 거 둬 대회 전보다 분위기는 훨씬 좋아진 편이다.
하지만 아직도 상황은 부정적이다. 이번 아시안게임 기간 중에 열린 아시아올림픽평의회(OCA)에서 인천 아시안게임조직위원회가 2014년 아시안게임에 28개 올림픽 종목에 야구 카바디 세팍타크로 소프트볼 스쿼시 우슈 볼링 등 7개 종목을 추가로 포함시키겠다는 안을 제시하자 OCA가 볼링과 소프트볼을 빼고 크리켓과 가라데를 넣자고 해서 결론을 내리지 못했다고 한다. 현재로서는 바둑이 정식종목 선정대상에서 아예 언급조차 되지 않는 상태인 것이다.
한국기원 한상렬 사무총장은 “이번 아시안게임을 계기로 바둑에 대한 우리 국민의 관심이 매우 높다는 게 밝혀졌고 한국의 주 메달종목이라는 점도 다시 확인됐으니 지금부터 바둑계의 모든 역량을 총동원해서 인천대회 정식 종목 채택을 위해 발 벗고 나서겠다.”고 말했다.
박영철 객원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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