군이 북한의 23일 연평도 포격을 예상하고 대처하는 과정에서 얼마나 안이했는지 관련 정황들이 속속 드러나고 있다. 과연 군에게 정보 사항에 대한 기본적 판단 능력이 있는지 의심케 할 정도다.
이렇게 세게 쏠 줄 몰랐다
합동참모본부는 26일 “적이 도발할 것으로 예상했지만 방사포를 동원해 연평도 전 지역에 걸쳐 집중사격할 것으로는 예상하지 못했다”고 밝혔다. 군이 북한의 도발 위협을 얼마나 과소평가했는지 자인하는 말이다.
군은 23일 다양한 도발 징후를 감지했다. 연평도에서 12㎞ 거리에 마주하고 있는 개머리, 무도 해안포기지의 북한 해안포는 일제히 포문을 열었고, 해안포 뒤쪽으로 방사포가 추가 배치됐다. 특히 방사포는 다연장로켓포로 단발 사격하는 해안포보다 위력이 강하고 트럭에 실려 이동하기 때문에 기동성도 뛰어나다. 방사포 배치에 대해 군 관계자는 “원래 일부 있던 것도 있었고 새로 전개된 것도 있지만 정보 사항이라 더 이상은 알려줄 수 없다”고 말했다.
또한 황해도 황주비행장에는 미그23기 5기까지 전개해 있었다. 군의 경각심이 평소와 달라야 하는 것은 물론이다.
방사포의 존재에 대해서도 군은 말을 계속 바꿨다. 포격 직후에는 해안포 공격만 언급하다가 25일 연평도 현지에서 방사포 공격의 흔적들이 언론에 공개되자 마지 못해 방사포의 존재를 시인했다.
이상 징후 무시하고 등 돌려 훈련
해병 연평부대는 이 같은 이상 징후를 사전에 알고서도 오전 10시15분께부터 해상사격훈련을 예정대로 진행했다. 때문에 연평도에 배치된 K_9자주포 6문 중 훈련에 참가한 4문이 북한 포 기지를 향하지 않고 방향을 남서쪽 해상으로 바꿨다. 적의 위협을 알고도 등을 돌린 셈이다.
사격훈련에 앞서 북한은 8시20분께 전화통지문을 보내 “우리 영해를 침범하는 해상사격을 중단하라”고 촉구했다. 하지만 군은 이 신호를 흘려 들었다. 통상적 북한의 경고와 눈에 띄게 달라진 내용이 없다는 이유에서다. 상황의 변화와 북한의 발언을 종합적으로 판단하려는 노력이 부족했던 것이다.
이에 대해 합참은 “사격훈련은 서해 북방한계선(NLL)을 수호하는 데 주안점을 두었다"며“북한이 NLL이 아닌 연평도를 도발할 줄은 미처 몰랐다”고 말했다. 으레 그랬던 것처럼 북한이 NLL을 트집잡는 줄만 알았다는 설명이다.
감시 장비는 켰는데도 먹통
북한의 포격을 감시하는 연평도의 대포병탐지레이더도 문제였다. 군은 “9시께부터 레이더를 가동했고 오후 1시께부터 북한의 포 발사 위치를 탐지하기 위한 레이저빔을 발사했다”고 밝혔다(본보 26일자 2면). 김태영 국방부 장관이 24일 국회 답변에서 “탐지레이더는 작동하는 데 시간이 좀 걸리기 때문에 1차 공격을 잡아내지 못했다”고 밝힌 것과 달리 레이더가 정상적으로 작동 했다는 것이다.
하지만 레이더는 2시34분께 해안포 곡사포 방사포 150여발을 발사한 북한의 1차 공격을 정확히 포착하지 못했다. 장비가 문제이거나 운용하는 병력이 잘못했다는 얘기다. 이에 대해 군은 “왜 탐지하지 못했는지 정밀 조사하고 있다”고 말했다.
K_9 절반은 방치
북한의 1차 포 공격으로 사격훈련 중이던 K_9 4문 중 2문이 파괴됐다. 다른 1문은 훈련 도중 불발탄이 끼어 있어 쓸 수 없는 상태였다. 따라서 대북경계 중이던 나머지 2문과 훈련에 참가했던 1문을 더해 총 3문으로 대응사격을 할 수밖에 없었다. 북한의 2차 공격 때는 고장 난 1문의 전자탐지장비를 자동에서 수동으로 전환해 모두 4문이 대응사격에 참여했지만 군이 갖고 있는 화력을 온전히 사용할 수 없어 절름발이 공격에 그쳤다.
김광수기자 rollings@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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