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궁 코리아'의 위력은 광저우 아시아게임에서도 어김 없이 나타났다. 한국은 남녀 양궁에 걸린 4개 종목을 싹쓸이 하며 도하 대회에서 이어 4관왕 2연패를 달성했다. 한국은 베이징올림픽에서 남녀 단체전만 정상에 올랐다.
하지만 이번 대회를 앞두고 혹독한 훈련으로 채찍질을 가한 한국은 개인전까지 석권하며 세계 정상을 확인했다. 한국의 우수 지도자들이 아시아 출전국 중 절반을 차지했음에도 '한국 양궁의 벽'을 넘기 힘들었다. 각국의 양궁대표팀을 지휘하고 있는 한국인 사령탑에게 '신궁 코리아'의 질주를 막을 수 없는 이유를 들어봤다.
전인수 대만 감독은 '체계적인 시스템'을 우선 순위로 꼽았다. 베이징올림픽에서 한국 대표팀 코치를 역임했던 그는 "1979년 김진호 한국체대 교수가 세계선수권에서 한국의 첫 금메달을 안기면서 한국의 '신궁 역사'가 시작됐다.
그리고 1983, 85년 남자 선수들도 세계선수권을 제패하면서 세계를 호령했다"며 "이 때부터 현대그룹에서의 적극적인 지원이 이뤄졌고, 유소년부터 성인대표팀까지 체계적인 시스템이 잡혔다"고 설명했다. 30년 가까이 된 시스템은 훌륭한 자산이 돼 우수한 선수 선발의 뿌리가 되고 있다. 실제로 현대기아차 그룹은 양궁 발전을 위해 연 20억원 이상을 지원하고 있다. 대만의 경우 시스템은 고사하고 학교 체육 정도가 고작이라고 전 감독은 덧붙였다.
이재형 말레이시아 감독은 한국 양궁의 힘을 풍부한 자원으로 꼽았다. 그는 "보통 일반 국가의 대표 선발전에서 1,300점 이상의 스코어를 기록하는 선수는 5~10명 정도다. 하지만 한국은 1,300점 이상 선수가 100명이 넘는다"며 "우수한 자원 중에 또 대표 선수를 추려내니 정신적으로 얼마나 강한 국가대표가 탄생하겠는가"고 강조했다.
해외에 진출한 지도자들은 문화적인 환경이 판이하게 다른 점도 애로사항으로 꼽았다. 전 감독은 "한국 지도자들이 외국에 나가도 국내에서의 지도 방식을 그대로 적용할 수 없다. 문화적인 차이가 크기 때문"이라며 "완전히 지도 방식을 뒤바꾼다고 해서 선수들의 기량을 극대화시켜 좋은 성적을 거둘 수 있다는 보장이 없다.
따라서 그 나라에 맞는 훈련 방식을 적용한다"고 설명했다. 일선에서 제기되고 있는 '기술 유출'에 대해서도 소용 없다는 의견이 팽배했다. 김선빈 태국 감독은 "기술적인 부분은 큰 차이가 없다. 다만 정신적인 부분을 아무리 강조해도 다른 나라 선수들이 한국 선수들을 따라잡을 수 없다. 또 성실성도 한국 선수들이 최고"라고 말했다.
광저우=김두용기자 enjoyspo@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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