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여자 육상의 역사를 새로 쓴 스타는 애국가가 울리자 그동안 참아왔던 눈물을 쏟아내고 말았다.
여자 허들의 간판 이연경(29ㆍ안양시청)은 지난 7월에만 해도 아시안게임 출전 여부가 불투명했다. 강원 고성에서 열린 실업선수권 경기 도중 허들에 걸려 왼 발목이 돌아가는 부상을 입었기 때문이다. 5월 13초03, 6월 13초00을 찍으며 한국 기록을 경신해왔던 이연경으로선 청천벽력 같은 일이었다. 절정의 페이스를 보인 이연경은 아시안게임 정상뿐 아니라 내심 12초대 진입을 목표로 삼고 있었다.
발목 부상은 3개월의 재활을 필요로 했다. 재활을 마치더라도 11월 아시안게임까지는 시간이 촉박했다. 의료진의 도움으로 2개월 반 만에 재활을 마친 그는 9월 말부터 훈련을 시작했다. 그리고 10월 초 전국체전을 뛰면서 컨디션을 끌어올렸다. 이연경은 지난 1일부터 홍콩 전지훈련을 실시했지만 좀처럼 페이스가 올라오지 않았다.
더군다나 든든한 버팀목이 된 연하의 남자친구 이정준(26ㆍ안양시청ㆍ허들 국가대표)도 저조한 컨디션으로 아시안게임 불참이 결정된 터라 더욱 힘들었다. 그러나 이를 꽉 물고 남자친구 몫까지 약속한 이연경은 결국 그동안 흘렸던 땀방울을 보상 받았다.
이연경은 25일 광저우 아오티 주경기장에서 열린 여자 허들 100m 결선에서 무서운 뒷심으로 한국 여자 단거리 사상 첫 금메달을 차지했다. 13초23을 기록한 이연경은 0.01초 차로 라이벌 나탈리아 이바닌스카야(카자흐스탄)를 따돌리고 아시안게임 첫 금메달을 따냈다. 또 이연경은 한국 남녀 허들 사상 아시안게임 첫 금빛 사냥의 주인공이 됐다.
예선을 13초22로 통과했던 이연경은 7번 레인을 배정 받았다. 출발 반응 속도 0.133초를 기록한 이연경은 8명 중 두 번째로 빨랐다. 20m부터 5번 레인의 나탈리아가 앞으로 치고 나갔지만 이연경은 묵묵히 자신의 페이스를 유지하며 부드럽게 허들을 넘었다. 10번째 마지막 허들을 넘을 때도 3위권에 머물렀던 그는 막판 매서운 스퍼트를 내면서 가슴을 내밀고 결승선을 통과했다. 눈으로 판독하기 힘든 접전이었던 만큼 결과는 5분이 지나서도 나오지 않았다.
초조하게 판정을 기다렸던 이연경은 전광판 제일 꼭대기에 자신의 이름을 확인한 뒤에야 껑충껑충 뛰며 승리의 기쁨을 만끽했다. 그는 "그동안 부상 등으로 너무 오래 기다려서 지쳤는데 금메달을 따서 너무 좋다. 페이스대로 허들을 넘는다는 작전이 주효했다"며 "여자 단거리 역사상 첫 금메달이라 더욱 기쁘다"고 소감을 밝혔다. 또 이연경은 대한육상경기연맹 오동진 회장이 약속한 '세계일주 여행' 선물도 덤으로 받게 됐다.
한편 육상 10종경기에서는 김건우(문경시청)가 총점 7,808점을 기록, 드미트리 카르포브(8,026점ㆍ 카자흐스탄)에 이어 2위를 차지해 은메달을 목에 걸었다.
광저우=김두용기자 enjoyspo@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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