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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0 광저우 아시안게임/ 끝났다 생각한 순간, 드라마가 시작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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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0 광저우 아시안게임/ 끝났다 생각한 순간, 드라마가 시작됐다

입력
2010.11.25 13: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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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메달 목표는 무산됐지만 '홍명보호'가 불굴의 투지로 드라마틱한 역전극을 연출하며 40년간 이어진 '아시안게임 이란 징크스'를 끊어냈다.

홍명보 감독이 이끄는 아시안게임 남자 축구 대표팀은 25일 텐허경기장에서 열린 광저우 아시안게임 3ㆍ4위 결정전에서 구자철(제주)과 박주영(AS 모나코), 지동원(전남)의 릴레이 포로 4-3 역전승을 거두고 동메달을 차지했다.

2006년 도하 대회와 같은 무대, 같은 상대에게 당했던 '노메달 수모'도 고스란히 되돌려줬다. 4년 전 도하 아시안게임 준결승에서 이라크에 0-1로 덜미를 잡히고, 나서 3ㆍ4위 결정전에서 이란에 0-1로 져 빈손으로 돌아와야 했던 아픔도 깨끗하게 털어냈다.

한국 축구사에 남을 명승부였다. 결승 진출 무산의 정신적 충격에서 벗어나지 못한 듯 '홍명보호'는 경기 중반까지 무기력한 모습을 보였다. 동기 부여가 안된 상태에서 그라운드에 나선 태극 전사들은 경기 초반 공격과 수비에서 모두 짜임새를 보여주지 못했다.

경기 시작하자마자 수비 실책으로 선제골을 내주며 흔들렸다. 전반 5분 중앙 수비수 홍정호(제주)가 미드필드로 연결한다는 것이 이란 공격수에게 차단됐고 페널티지역 오른쪽으로 연결된 패스를 레자에이가 마무리했다. 한국은 박주영(AS 모나코)을 중심으로 반격에 나섰지만 패스 정확도가 떨어지고 스피드도 좀처럼 살아나지 않아 추격의 실마리를 잡지 못했다. 전반 추가 시간에는 프리킥 상황에서 아슈리에게 추가골을 내주며 궁지에 몰렸다.

구자철(제주)이 후반 3분 왼발 중거리포로 만회골을 잡아내며 분위기가 전환되는가 싶었지만 1분 후 안스리에게 세 번째 골을 얻어 맞았다.'홍명보호'는 그대로 침몰하는 듯 했다. 아시안게임마다 반복된 실패의 역사에 또 다른 패배가 추가되는 듯 했다.

1970년 방콕 대회 이후 아시안게임에서 이란에 2무4패로 일방적인 열세를 보인 징크스가 떠오르던 순간, 박주영이 꺼져 가던 불씨를 되살렸다. 박주영은 후반 33분 윤빛가람(경남)의 크로스를 골지역 정면에서 오른발 강슛으로 마무리, 반격에 불을 당겼다.

박주영이 붙인 불은'차세대 스트라이커' 지동원(전남)으로 옮겨 붙었다. 이번 대회에서 무득점에 그쳤던 지동원은 전반 중반 홍철(성남)과 교체 투입됐고 후반 43분과 44분 동점골과 역전골을 잇달아 작렬하며 '이란 징크스 탈출 드라마'를 화룡점정했다.

후반 43분 서정진(전북)의 크로스를 골지역 정면으로 뛰어 들며 머리로 받아 넣은 지동원은 1분 후 미드필드 왼쪽에서 윤석영(전남)이 올린 크로스를 또 다시 헤딩슛으로 마무리, 역전 결승골을 터트리고 포효했다.

지동원은 아시안게임에서 박주영의 공격 파트너로 기용돼 높은 기대를 모았지만 득점포가 침묵했다. 그러나 결정적인 순간 두 골을 터트리며 '차세대 간판 스트라이커'의 잠재력을 확인시켰다.

김정민기자 goavs@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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