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나금융발 ‘은행 빅뱅’이 시작됐다. 하나금융이 외환은행 인수를 확정 지었고, 우리금융까지 독자 민영화 수순을 밟을 경우 은행권은 이제 당분간 재편 없는 ‘4강 체제’로 완전히 다시 짜여질 전망이다.
김승유 하나금융지주 회장은 25일(현지시각) 영국 런던에서 존 그레이켄 론스타 회장과 외환은행 지분 51.02%에 대한 주식매매계약(SPA)을 체결했다. 주당 가격은 약 10%의 경영권 프리미엄이 얹어진 1만4,250원, 총 인수금액은 4조6,888억원으로 확정됐다.
지각변동
말이 4강이었지, 지금까지 은행권은 사실상 ‘3강2중’체제였다. 하나금융의 외형성장이 상대적으로 정체되면서, ▦선두권은 자산규모 300조원대의 우리, KB, 신한 등 ‘빅3’로 굳어져갔고 ▦하나는 오히려 기업은행과 경쟁하는 신세였다.
하지만 이번 인수로 하나금융은 신한금융을 제치고 3대 지주사로 도약했다. 동시에 은행부문은 자산규모(275조원) 뿐 아니라, 점포수(1,004개), 총대출금(164조원) 등에서도 5위에서 일약 2위로 껑충 뛰어올라 국내 최대인 국민은행(자산 277조원)과 어깨를 나란히 할 수준이 됐다. 명실상부한 리딩뱅크 반열에 오르게 된 것이다. 김종열 하나금융지주 사장은 이날 기자간담회에서 “지주 총자산이 316조원이 됨에 따라 하나금융은 구조적 한계를 극복하고, 아시아 기반의 글로벌 금융그룹이는 비전에 한 걸음 다가서는 계기가 됐다”고 평가했다.
피인수ㆍ합병(M&A) 직전 상황에까지 몰렸던 우리금융도 하나금융의 방향선회로 이제 독자생존방식의 민영은행으로 재탄생할 전망. 이렇게 되면 국내 은행권은 국민 하나 우리 신한의 4대 민간은행의 양보 없는 대결구도로 전환될 전망이다. 한 시중은행 관계자는 “우리금융 민영화까지 끝난다면 당분간 대형 M&A는 없을 것”이라며 “산업은행 민영화가 남아 있기는 하지만 은행판도에 영향을 줄 정도의 규모는 아니기 때문에 상당기간 지금의 4강 체제로 굳어질 공산이 크다”고 말했다.
강력한 시너지
금융권은 하나금융의 외환은행 인수에 대해 ‘규모의 경제’보다는 ‘시너지 효과’에 더 주목하고 있다. 소매금융부문에 강점이 있는 하나은행과 기업금융과 국제금융에 강한 외환은행이 합쳐질 경우 그 파괴력이 만만치 않기 때문.
특히 외환은행은 현대자동차그룹, 현대중공업, 하이닉스, 현대그룹 등 막강한 대기업 고객군을 갖고 있는데다 국내 대기업 절반이상의 외환업무를 담당하고 있어, 이 부문에 태생적 취약점을 갖고 있던 하나금융으로선 강력한 무기를 장착하게 됐다. 한 시중은행 관계자는 “지금까지 은행권 M&A 가운데 가장 시너지 높은 조합으로 평가된다”면서 “다른 은행들로서도 긴장하지 않을 수 없다”고 말했다. 카드부문만 해도 양사의 고객을 합칠 경우 롯데카드나 우리카드를 제치고 단숨에 업계 4위권의 대형 카드사로 성장할 것으로 예상된다.
하나금융은 이날 하나금융은 외환은행 인수를 통해 ▦가계대출 ▦프라이빗뱅크 ▦외화대출 ▦수출입 금융 등 총 8개 부문에서 시장 점유율 1위를 달성하겠다는 비전을 제시했다. 아울러 국내 시장경쟁을 자제하고, 해외로 영업기반을 확대해 글로벌 50위권의 금융그룹으로 성장하겠다는 포부도 밝혔다. 하나금융 관계자는 “외환은행 인수로 국내 최다인 38개의 해외 점포망을 보유하게 됐다”며 “이를 바탕으로 중국 등 아시아지역에 진출해 글로벌 은행으로 성장할 것이다”고 말했다.
손재언기자 chinason@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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