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Free plus/ 커버스토리 - 아이돌 뺨치는 '아이들 스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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Free plus/ 커버스토리 - 아이돌 뺨치는 '아이들 스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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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0.11.25 12: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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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 (만화에 나오는) 빨간 망토 차차 같지 않아요?” 빨간 망토에 빨간 체크 주름 치마, 빨간 부츠를 신은 만화 속 주인공이 등장했다. 잡지 12월호에 게재되는 패션화보를 찍으러 온 주혜린(7)이다. 16일 서울 마포구 합정동의 한 스튜디오에서 혜린이는 카메라 플래시 세례 앞에서 예쁜 표정을 지어 보였다. 혜린이는 촬영을 마친 다음 사진 작가에게 “다음에 또 불러주세요~”라며 깍듯하게 인사를 한다. 이유를 묻자 “또 하고 싶어서요. 유명한 사람이 되고 싶어요”라는 당찬 대답이 돌아왔다.

혜린이는 11개월 때 한 유아잡지의 돌 사진 콘테스트에 뽑힌 이후 아역배우의 길을 걷기 시작했다. 2009년 KBS TV 드라마 ‘솔약국집 아들들’에서 주인공역을 했던 박선영의 조카로 나와 시청자들 사이에서 “어린 게 참 깜찍하기도 하네”라는 반응을 불러일으켰고, 개봉할 영화 ‘서서 자는 나무’에도 출연했다.

아역, 조연에서 주연으로

아역배우나 아역모델이 없었던 적은 없다. 1980년 ‘똑순이’(드라마 ‘달동네’에서 김민희가 연기했던 배역)처럼 시대를 풍미했던 아역배우도 있었다. 하지만 최근 아역 스타들은 귀여운 표정이나 연기뿐만 아니라 본능적인 예능감까지 갖춘 만능엔터테이너로서의 면모를 유감없이 보여주고 있다. 방송의 감초가 아니라 주도적인 역할을 하고, 성인 못지않은 인기를 구가한다.

KBS TV 퀴즈 프로그램 ‘스타 골든벨’에서“정답입니다”를 외쳐 ‘정답소녀’로 불린 김수정(6)은 이나영과 세탁기 CF, 이다해와 냉장고 CF를 찍을 때부터 깜찍한 외모로 눈길을 끌었었다. 이제는 예능 아역으로 모르는 이들이 없고, 현재 배우 차태현과 영화 ‘챔프’를 찍고 있다.

영화 ‘과속 스캔들’(2008년)에서 천연덕스러운 연기로 스타덤에 오른 왕석현도 수정이의 뒤를 이어 ‘스타 골든벨 1학년 1반’(‘스타 골든벨’의 새 제목)에 출연하는 등 영화와 CF(하이마트)에 이어 예능프로그램까지 평정하면서 아역 톱스타 자리를 굳혔다. 전속 매니저를 둘 정도로 스케줄도 빠듯하다. 개봉을 앞둔 영화 ‘현의 노래’에서는 우륵의 수제자 니문 역할을 맡아 안성기, 이성재 다음으로 이름을 올렸다.

연예인과 그 2세들이 나와 토크 대결을 펼치는 SBS TV ‘스타주니어쇼 붕어빵’에서 2세들은 부모 못지 않은 예능감을 보이며 시청률을 끌어올린다. 거침없는 폭로식 토크로 부상한 김구라가 아들 동현의 솔직한 입담에 당해내지 못하는 장면은 보는 이들에게 카타르시스를 준다. 표인봉의 딸 바하는 프로그램에서 아빠의 로봇 춤을 완벽하게 재현하는가 하면 부모에 대한 거침없는 폭로로 ‘수다신동’으로 떠올랐다.

CF에서 아역 모델은 분유나 기저귀 같은 유아용품을 너머 가전제품, 통신사, 대형마트까지 영역을 확대하고 있다. KT의 휴대폰 CF인 ‘한 살의 쇼’나 인터넷 CF인 ‘쿡’ 광고에는 한 살짜리와 생후 5일 된 영아가 거짓말 같은 동작과 표정을 보여 크게 화제가 됐었다.

성인 연기자보다 무서운 연기력을 과시하는 아역배우도 있다. 올해 620만명의 관객을 모은 영화 ‘아저씨’로 신인여자연기상을 2개나 받은 김새론(10), 7, 8월 방영된 KBS TV 드라마 ‘구미호 여우누이뎐’에서 ‘신들린 연기’라는 평을 받은 서신애(12), 최근 종영한 SBS 드라마 ‘이웃집 웬수’의 안은정(8) 등이 그런 경우다.

아역모델의 꿈은 가전제품 CF

보통 아역의 출연료는 CF 편당 100만원, 드라마 회당 10만~20만원(단역은 5만~15만원)으로 성인에 비하면 많지는 않다. 하지만 소위 뜬 아역들은 CF 한 편에 4,500만~5,000만원, 영화는 작품당 1,000만~2,000만원, 드라마는 회당 50만~100만원까지 받는다. 영화 한 편에 1,500만원 정도를 받는 조연급 성인과 비슷한 수준이라고 할 수 있다.

아역 모델들이 흔히 첫 발을 디디는 것은 학습지나 배달치킨 등과 같은 인쇄광고물이다. 의류브랜드 모델이 되면 잡지나 카탈로그 등에 등장하고, TV CF로는 호떡믹스, 즉석국수, 아이스크림 등 식료품에 아역이 출연할 수 있는 기회가 더러 있다. 그러나 뭐니뭐니 해도 엄마들이 가장 원하는 궁극의 CF는 TV 냉장고 같은 가전제품 CF이다. 출연료도 많지만 무엇보다 장동건, 이나영과 같은 톱스타의 자녀 역할로 나오는 경우가 흔해 좋은 이미지를 구축할 수 있기 때문이다. 기업 이미지 CF도 마찬가지. 앞날이 창창한 아역들은 광고료보다 더 중요한 것이 이미지여서 흔히 가전제품 CF는 ‘아역 모델의 로망’으로 꼽힌다.

전문 에이전시 크게 늘어

이처럼 아역 스타들이 대거 등장하게 된 것은 방송광고업계의 요구와 함께 아이들을 연예계로 진출시키고 싶은 부모들이 많아지고 아역이 데뷔할 수 있는 경로도 확대되는 등 사회 전반의 변화가 반영된 현상이다. 4, 5년 전부터 드라마를 넘어 예능프로그램에도 아역의 고정출연이 생겨나고 CF에서도 폭넓은 제품 광고에 아역이 등장하기 시작했다. 아역전문기획사인 연가엔터테인먼트 이진호 이사는 “과거 아역은 감독이나 배우의 자녀 등 제작진의 주변인물로 채워졌지만 2006년쯤부터 연예계에서 아역 비중이 크게 커지면서 체계적으로 아역을 교육시키는 연기학원과 연예계로 진출시키고 매니지먼트를 하는 아역전문에이전시들이 늘었다”고 말한다. 현재 이러한 아역에이전시를 통해 연예계 진출을 준비하는 어린이들은 전국적으로 약 2만명에 달하는 것으로 추산된다. 이중 스타급으로 자리잡는 비율은 3%도 되지 않는다.

부모들은 처음 주변에서 “아이가 예쁘다”는 이야기를 들으며 연예계 진출을 고려한다. 아이의 장래에 대한 면밀한 계획 보다는 좋은 추억거리를 만들어 주겠다는 단순한 생각에서 시작하는 이들이 많다. 그러나 한두 번 경험에서 반응이 좋으면 아이를 연기학원에 보내거나, 에이전시와 소속계약을 맺곤 한다. 개중에는 자신이 못다 펼친 꿈을 대신 이루겠다는 열성 부모도 있다.

하지만 아역스타로 뜨기 위해서는 아이 스스로 즐길 수 있어야 한다. 어린 아기인 경우엔 타고난 얼굴표정과 부지런히 아이를 데리고 다니는 부모의 몫이 크지만 나이가 들수록 아이의 끼가 중요해진다. 수정이의 엄마는 “처음에는 주변에서 아이가 예쁘다고 해서 시작했지만 갈수록 아이가 촬영에서 어울리고 인정받는 것을 즐기고 좋아하게 됐다”고 말했다. 수정이는 촬영을 하고 나서 감독이 마음에 들어 하는 눈치가 아니면 자기가 먼저 “한번 다시 할게요”라고 말할 정도로 의지가 확고하다. 촬영 시 감독의 지시를 잘 이해하고 표현할 줄 아는 것과 큰 무대에서 떨지 않는 자신감도 있어야 한다.

고은경기자 scoopkoh@hk.co.kr

■ 기막힌 표정연기 신생아 CF 비결은 "그림 나올 때까지 카메라 돌려요"

어린 아이들을 광고모델로 쓰는 것은 주목도와 친숙도를 높이는 고전적인 법칙이다. 흔히 ‘광고의 3B’로 불리는 것이 바로 아기(Baby) 미인(Beauty) 동물(Beast)이다. 하지만 ‘그 귀여운 광고’는 쉽게 만들어지지 않는다. 연출을 하기는커녕 예측할 수조차 없는 돌발변수 속에서 원하는 장면이 나올 때까지 기다리는 것만이 정답이다.

생후 5일 된 영아들이 얼굴을 귀엽게 찌푸리거나 하늘을 쿡 찌르는 등 기상천외한 ‘연기’로 화제가 됐던 KT 인터넷전화 쿡 CF. 실제로는 연기지도도, 컴퓨터 그래픽도 전혀 없이 오로지 9명의 유아들 앞에 위생관리를 철저히 마친 촬영스태프들이 카메라를 들이밀고 26시간 동안 기다려 만들어진 결과물이다. 위니아 공기청정기 에어워셔 CF에는 8개월~3세 아이들이 재채기를 하고 코를 비비고 하품을 하는 장면이 나오는데 이 역시 16명을 무작정 찍어서 결국 6명의 순간을 포착해냈다.

아이들 광고는 이처럼 2~3배수의 모델들을 무작정 찍은 뒤 가장 좋은 장면을 골라 만들어진다. 찍기는 했지만 광고에는 안 나오는 아이들에게는 절반의 모델료를 준다. 촬영시간도, 필름도 성인 모델만 촬영하는 경우보다 2배 이상이 든다. 억대 출연료를 받는 빅 모델과 아이 모델이 함께 찍는 CF 현장에서도 모든 일정과 분위기가 다 아이 중심이다.

컴퓨터그래픽이나 연기지도 등 모종의 기술이 있지 않겠느냐는 생각은 오산. “억지로 만들어진 표정은 절대 효과가 안 난다”는 것이 광고제작자들의 공통된 의견이다.

물론 아이들의 표정을 유도하기 위한 약간의 기술이 없지는 않다. 위니아 에어워셔 CF를 찍을 때는 털뭉치 등으로 아기들의 코를 간지럽히는 엄마의 도움이 있었다. 장난감을 주거나 레몬즙 한방울을 튀겨 표정변화를 유도하기도 한다.

말을 알아들어 연기지도가 가능한 나이의 아이들은 엄마가 ‘제 2의 감독’이다. 하지만 엄마와 연습할 때는 천연덕스럽게 잘만 하던 아이들이 카메라 앞에선 어색해지는 일도 다반사. 그래서 연습장면을 찍은 것이 광고로 편집되는 경우도 흔하다. 대홍기획 김정환 차장은 “아이들을 찍어본 경험이 있는 촬영스태프들은 연습이 곧 촬영이라는 사실을 모두 알고 있기 때문에 따로 큐가 없어도 카메라를 돌리고 동시녹음을 위해 입을 다문다”고 말한다.

아이들 CF 촬영현장의 가장 큰 한계는 역시 피곤해진 모델들이 잠에 곯아떨어지는 경우. 하루 이틀 내에 촬영을 마쳐야 하는 제작진은 그래서 늘 엄마들에게 “전날 잠을 푹 재우라”고 당부한다. 아이가 깨어 있을 때 최대한 촬영을 하고 기어이 잠들어 버리면 이제부터 성인 모델이 촬영할 순서다.

김희원기자 hee@hk.co.kr

■ "꼭 연예인이 목표는 아니에요"

“하나, 둘, 목을 돌리세요! 자, 다음은 팔을 쭉 뻗고…”

언뜻 들으면 요가나 체조 수업시간 같다. 이곳은 드림키즈. 서울 강남구 논현동에 있는 아역전문연기학원이다. 강사의 동작 하나라도 놓칠 새라 바지런히 따라 하는 학생의 눈빛이 진지하고 초롱초롱하다. 이 학생은 최근 종영한 드라마 ‘이웃집 웬수’에서 배우 유호정씨의 딸 은서 역할을 맡았던 안은정(8). 연기수업을 시작한 지 2년 만에 유명세를 탔다.

연예기획사에 소속돼 몇 년씩 이른바 ‘연습생’ 기간을 거쳐 연예계에 발을 들이는 청소년에 비해 유아모델이나 아역배우는 데뷔가 빠른 편이다. 데뷔 경로도 다양하다. 하지만 이들이 모두 연예인의 꿈을 꾸는 건 아니다.

학원이나 기획사에서 교육받고

은정이는 연예활동이 하고 싶어 스스로 연기학원을 찾았다. 은정이 어머니는 “딸애가 5살 때쯤부터 TV에 나오고 싶다는 의사표현을 했다”며 “춤도 잘 추고 ‘끼’도 있는 것 같아 보여서 연기학원에 보내기로 마음 먹었다”고 말했다. 안양의 수업은 1주일에 1번, 3시간씩이다. 목 돌리고 팔 뻗는 스트레칭이 끝나면 발성연습, 방송용어 암기, 대본 읽기가 차례로 이어진다.

아역전문연기학원 수강료는 한 달에 30만~40만원. 1대 1로 지도하면 50만원을 웃돌기도 한다. 이런 학원에서는 연기나 모델 교육은 물론 아이의 활동경력과 사진을 드라마제작사나 광고대행사 등에 배포하는 등 홍보와 각종 오디션 준비까지 겸한다. 아이모델을 뽑는 대회에서 입상한 다음 연예기획사에 들어가는 경우도 많다. 아역전문연기학원이나 연예기획사는 국내에 30여 개 정도로 추산된다.

그러나 연기학원이나 연예기획사에 소속돼 직접 교육을 받으며 연예활동을 하는 아이들은 5세 이상이 대부분이다. 사실상 교육이 불가능한 4세 이하의 영유아는 아이가 본래 갖고 있는 이미지로 승부해야 한다. 이런 영유아모델이 가장 많이 발굴되는 경로는 기업의 제품광고다.

제품 이미지에 맞아 발탁되고

팬티형 기저귀를 차고 피아노 건반처럼 생긴 커다란 발판 위에서 활짝 웃으며 아장아장 걷는 아기. 바라보기만 해도 저절로 입가에 미소가 번진다. 최근 유한킴벌리 기저귀 브랜드 하기스의 TV 광고에 등장한 이 아기는 지난해 태어난 이수빈(여)이다. 광고 촬영 당시 수빈이 나이는 14개월. 소속 학원이나 기획사가 있을 리 만무하다.

유한킴벌리는 이 광고 촬영을 위해 광고대행사 피플에이전시에 기저귀 모델 섭외를 의뢰했다. 피플에이전시는 아이에게 유아모델을 시키고 싶어하는 부모들이 만든 인터넷 카페들을 찾아 섭외 내용을 공지했다. 모델 콘셉트는 ‘행복한 아기’. 자연스럽게 놀면서 웃는 모습을 담은 동영상을 올려 응모하는 방식이었다. 박수양 피플에이전시 캐스팅팀장은 “당시 공지 후 조회수가 1,000번을 넘을 정도로 부모들의 관심이 높았다”며 “실제로 접수된 동영상은 약 150건”이라고 말했다. 150:1의 경쟁률을 뚫고 수빈이가 발탁됐다.

유아모델 선발은 대체로 분유나 의류 등 유아용품기업을 중심으로 활발히 이뤄진다. 남양유업은 매달 온라인 아기모델 선발대회를 연다. 매 대회마다 4명씩의 아기모델을 뽑는데 매번 1,000명 가까이 응모한다. 대회 진행을 담당하는 공현경씨는 “회사 홈페이지나 행사에 회원들의 참여를 유도하기 위해 시작한 이벤트”라며 “선발된 아기모델의 프로필 사진을 보고 광고대행사 등에서 광고 촬영 의사를 묻는 문의가 종종 오기도 한다”고 말했다.

온라인 쇼핑몰로 기회 늘고

엔터테인먼트 업계에서는 유아모델 수요가 최근 크게 증가한 이유로 온라인 쇼핑몰을 꼽는다. 오프라인 매장에 비해 온라인 쇼핑몰에선 공간 제한이 없기 때문에 제품 광고 이미지를 더 많이 노출시키고 자주 교체할 수 있다. 그만큼 촬영 기회가 늘 수밖에 없다는 것.

온라인 쇼핑몰에 중소 규모 브랜드나 개인 브랜드가 가세하면서 상대적으로 적은 비용의 모델을 찾는 경우도 많아졌다. 유명한 연예인보다 잘 알려지지 않은 참신한 유아모델이 비용 대비 효과적일 거라는 예측도 들어 있다.

인터넷 카페에 사진을 올렸다가 기저귀와 사진관 모델로 발탁됐던 김희연(4·여)은 요즘 온라인 쇼핑몰 4곳에서 유아복 모델로 맹활약 중이다. 희연이 어머니 신정아씨는 “또래 유아모델보다 기회를 많이 얻은 편”이라며 “정기적인 광고촬영은 1주일에 한 번 꼴이고, 신상품이 나올 때마다 한 달에 한두 번 정도 추가 촬영을 한다”고 말했다.

"학교 가면 그만 시킬 생각"

수빈이나 희연이가 처음 모델로 발탁된 계기는 모두 인터넷 카페를 통해서다. 이런 카페는 아이에게 유아모델을 시켜보려는 부모로 항상 북적거린다. 유아모델 선발공고나 오디션 통과 노하우 등 알짜배기 정보들도 공유된다. 하지만 이런 카페에 들어오는 부모들이 모두 아이가 연예인이 되길 바라는 건 아니다. 아이에게 자신의 얼굴이 알려지고 다른 사람의 주목을 받?‘특별한 경험’을 시켜주고 싶어서 가입했다는 부모도 많다.

지난달 한국모델협회(KMA)가 주최한 아이모델선발대회에서 입상한 장연욱(1·여)의 아버지 장진오씨는 “다른 아기들에 비해 연욱이가 유독 예쁘게 잘 웃는 것 같아 대회에 참가해봤다”며 “광고 촬영 기회가 생긴다면 아이에게 좋은 추억을 만들어줄 수 있을 것 같다”고 말했다. 연욱이는 이번 입상으로 KMA 정회원 자격을 얻었다. 함께 입상한 황하은(4) 어머니 김황진씨도 “하은이가 모델 일 하면서 집에 혼자 있을 때보다 사회성이 좋아졌다”며 “그래도 학교 들어가면 그만 시킬 생각”이라고 말했다.

연기학원도 교육적인 차원에서 보내기도 한다. 연예기획사 빈스커뮤니케이션즈 김성관 팀장은 “다른 사람 앞에 당당히 나설 수 있도록 자신감을 기르거나 몰랐던 장기를 찾아내거나 부족한 발음을 교정하기 위해 아이에게 연기수업을 권하는 부모도 적지 않다”고 말했다.

임소형기자 precare@hk.co.kr

고은경기자 scoopkoh@hk.co.kr

■ 보수는 턱없이 낮고 어른 못지않은 강행군

“제작진이 우리 아이한테는 한번도 스케줄을 물어본 적이 없어요. 아무리 나이가 어려도 엄연한 배우인데…”

한 아역배우 어머니의 하소연이다. 아이가 TV 드라마를 통해 이미 얼굴이 알려져 무명이나 신인이 아닌데도 실제 촬영장에서는 ‘주변인’ 취급을 받는 것 같다며 속상해했다. 보통 영화나 드라마의 촬영 스케줄은 대부분 성인 주인공 중심으로 돌아간다. 때문에 아역이 어른들 스케줄에 맞춰 오랫동안 대기하거나 자정 넘어서 촬영을 계속하는 경우도 허다하다.

영유아 모델도 강행군하긴 마찬가지다. 새벽 촬영, 다반사다. 한 번 촬영할 때마다 5, 6시간씩 걸리기도 예사다. 의류 광고 촬영 때는 아이에게 옷을 10벌씩 갈아 입히는 건 보통이다. 지방이나 밤샘 촬영이 연일 이어지다 보면 참다 못한 아이 부모와 촬영팀 간 고성이 오가기도 한다. 촬영 자체를 즐기는 ‘타고난’ 아이라면야 괜찮겠지만 이쯤 되면 보통 영유아들은 버텨내기 쉽지 않다.

온라인 의류쇼핑몰 광고모델로 활동하는 한 아이의 어머니는 “아이 모델 일에 신경 쓰다 보면 사실 집안이 엉망이 되기도 한다”며 “그래서 아이 모델 일을 중단하는 경우도 주변에서 적잖이 봤다”고 말했다.

그는 또 “부모나 아이의 노력에 비해 보수가 턱없이 낮다”고도 귀띔했다. 의류쇼핑몰 광고 촬영 한 번 하면 손에 쥐는 돈은 많아야 30만∼40만원선. 촬영 때문에 지방에서 서울로 올라와야 해도 교통비를 받을 수 있는 경우는 거의 없다.

아이모델도 성인처럼 경력에 따라 출연료가 올라간다. 출연 경험이 많고 얼굴이 알려지면 한번 촬영에 수백 만원씩 받기도 한다. 하지만 막 모델 활동을 시작하려는 아이들은 경력을 쌓기 위해 무료 촬영도 마다하지 않는다.

내 아들 내 딸이 남들의 주목을 받는 ‘아이스타’가 되길 바라는 부모의 바람이 되레 아이에게 독이 될 수도 있다. 김성관 빈스커뮤니케이션 팀장은 “성인은 모델이나 연기 교육을 받으면 어느 정도 실력이 평준화하는 경향이 있지만 아이는 그렇지 않다”며 “타고난 ‘끼’가 없으면 오래 교육을 받아도 좀처럼 나아지지 않는다”고 말했다. ‘아니다’ 싶으면 빨리 그만두는 게 좋다는 얘기다. 오늘은 컨디션이 안 좋으니까, 내일은 잘 할 수 있을 테니까 고집하며 아이를 계속 카메라 앞에 서게 하는 부모도 적지 않다.

많은 사람의 관심을 한 몸에 받다 갑자기 인기가 식으면 아이들은 어른보다 훨씬 쉽게 상처받는다. 요즘 활발히 활동하고 있는 한 아역배우의 어머니는 “캐스팅에서 떨어졌을 때 아이에게 너와 배역의 이미지가 맞지 않기 때문이라고 설명하는 과정이 참 어렵고 힘들다”고 털어놨다.

임소형기자 precare@hk.co.kr

고은경기자 scoopkoh@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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