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의 포격 이후에도 연평도에 남은 주민 200여명이 25일 섬을 떠났다. 이에 따라 면사무소 직원이나 경찰을 제외하고 섬에 남은 주민은 20여명에 불과하다. 대부분 "(뭍에) 가서 무엇 하리"라고 밝힌 노령층이고 일부는 연평도내 군부대에 근무중인 상근예비역 장병 3명을 자식으로 둔 부모들이다. 상근예비역인 아들이 전역을 불과 한달 남긴 상황에서 포격 사태가 났다는 이기옥(50ㆍ여)씨는 "아들이 여기 있는데 어떻게 나가겠느냐"며 "어떤 엄마든 이런 상황이면 다들 나와 같은 결정을 내렸을 것이다"라고 말했다.
생활터전을 뒤로 한 연평도 주민들의 탈출행렬은 무엇보다 북한의 추가공격에 대한 불안감 때문이다. 섬에 남은 주민들을 중심으로 구성된 연평주민비상대책위원회의 최성일(47) 위원장은 이날 "한미 연합훈련이 28일 예정돼 있어 불안하다. 날씨는 추워지고 집도 파손돼 여기서 더 기거를 할 수가 없다고 판단했다"며 "완강히 남겠다는 사람들만 빼고 모두 섬을 떠났다"고 밝혔다.
이날 오후 주민들은 하루 한 차례 있는 정기 배편, 추가로 마련한 임시 여객선과 행정선 등을 타고 인천으로 향했다. 주민들의 엑소더스에 대해 면사무소 관계자는 "주민들이 자체적으로 결정한 문제라 면에서 '나가라, 말라'고 할 수 없다"고 했다.
이런 가운데 현재 인천에 머물고 있는 연평도 주민 대표들은 이날 오전 송영길 인천시장, 조윤길 옹진군수와 면담을 갖고 "섬에 다시 들어간다 해도 포탄 소리가 들릴 때마다 불안해서 살 수 있겠느냐, 연평도 주민의 70~80%가 이주를 원하고 있다"며 이주대책마련을 요구했다.
송 시장은 "서해5도에서 주민을 완전 이주시키든지, 영구 거주할 수 있는 대책을 세우든지 결정해야 하는 시점인 것 같다"고 말해, 향후 연평도 주민들의 이주 및 생계대책 문제가 정치사회적 현안이 될 가능성이 적지 않다.
대부분 어업에 종사하는 연평도 주민은 모두 1,756명으로 북한의 포격 직후 500여명이 인천으로 피난했고, 이후에도 속속 연평도를 빠져나왔다.
연평도=남상욱기자 thoth@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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