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군이 23일 서해 연평도를 공격했다. 휴전 이후 우리 영토를 직접 공격한 것은 처음이다. 서해 5도를 전쟁의 공포로 몰아넣고 주민을 떠나게 함으로써 북방한계선을 무력화하려는 불법적 도발이다. 지난 3월 천안함 격침에 이어 군사적 도발을 일삼는 의도는 무엇일까.
전문가들은 김정은 후계체제 구축을 위한 업적 쌓기의 일환으로 분석하기도 한다. 북한 주민에게도 전혀 알려지지 않은 존재에서 일약 당 중앙군사위원회 부위원장 겸 대장으로 승진한 김정은이 하루아침에 북한 군부의 충성을 이끌어 내기는 힘들다. 그래서 대남 도발의 기회를 엿보던 차에 우리가 서해에서 정기적 사격훈련을 하는 것을 빌미로 연평도에 무차별 포격을 감행한 것이다.
천안함 도발에 미온적 대처
북한은 이제 우리 영해에서 훈련하는 것까지 시비하면서 도발을 감행하기에 이르렀다. 북한의 도발이 어제 오늘의 일이 아니다. 그러나 이번 사태는 천안함의 상처가 아물기 전에 또다시 우리 영토에 포탄을 퍼부은 불법성과 야만성이 두드러진다. 북한은 때와 장소,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고 남한을 안보 인질로 삼고 있다. 천안함 도발 이후 유엔 안보리가 중국의 저지로 미온적인 의장 성명을 내는데 그친 것을 기화로 국제사회의 면죄부를 받은 양 착각하고 있는 것이다. 휴전 이후 저들의 군사력이 크게 앞설 때도 감히 넘보지 못하던 연평도에 무모한 도발을 자행한 근본 동기가 아닌가 싶다.
최근 북한이 군사 도발을 일삼는 이유는 두 차례 핵실험을 비롯한 비대칭 전력 강화로 대남 협박과 도발을 감행, 한국을 길들일 수 있다고 착각한 탓이다. 또 미국의 도발 억지력을 핵 억제력으로 맞설 수 있다고 판단하고 있는 듯하다. 여기에 군사 도발을 통해 한반도 현상유지를 바라는 중국을 자기편으로 끌어 들였다고 판단하고 있다. 이것이 비록 오판이라고 할지라도, 북한 정권은 군대와 주민을 희생 제물로 삼아서라도 정권의 안위를 지키겠다는 의지가 확고한 것이 문제이다.
어떻게 해야 북한의 도발을 막을 수 있을 것인가? 북한의 도발을 억제하는 길은 우리 국민이 국가안 보를 위해 일치단결함으로써 북한의 국론분열 획책에 넘어가지 않도록 하는 것이 핵심이다. 천안함 사태에서처럼 터무니 없는 국론 분열을 보여서는 곤란하다. 언론과 방송이 북한의 책임을 묻기보다 우리 국민을 분열시키고 정부와 국민의 갈등을 부추겨서는 안된다. 백령도와 연평도의 방공호가 몇 개인지, 우리 군의 배치 상황과 대응 전술 등을 경쟁적으로 보도하는 것은 북한의 도발에 긴요한 정보를 알려주는 어리석은 짓이다.
우리 정부는 북한의 도발을 철저하고 강력하게 응징해야 한다. 현장 지휘관에게 자위권 발동 차원에서 즉각 철저한 응징을 할 수 있는 권한을 주어야 할 것이다. 북한의 도발 규모가 커지고 신속해짐에 따라 대응도 신속하게 해야 한다. 그리고 다양한 도발 시나리오에 즉시 대처할 수 있도록 교전규칙을 새로운 전장 환경에 맞게 수정해야 할 것이다.
한미 동맹을 더욱 강화하고 연합 위기관리체제를 가동해야 한다. 북한이 도발을 되풀이할수록 한미 동맹관계는 더욱 튼튼하게 되고, 북한이 핵을 개발할수록 한미 동맹을 비롯한 국제사회의 압박이 더욱 강해질 수밖에 없음을 북한이 깨닫게 해야 한다. 그래야 무모한 도발을 억제할 수 있다.
강력한 대응으로 무모함 일깨워야
북한의 연평도 포격 도발을 생생하게 알리는 동영상과 유인물을 만들어 중국을 비롯한 국제사회에 널리 알려야 한다. 이를 통해 국제사회가 북한의 억지주장에 현혹되거나 동조하지 않도록 해야 한다. 특히 중국 정부와 사회가 북한의 억지 주장을 습관적으로 비판 없이 수용하지 않도록 해야 할 것이다.
북한의 선제 도발이 불법적이고 야만적이라는 것은 논란할 여지가 없다. 우리는 자위적 차원에서 최소한의 대응만 했음을 널리 인식시키고, 말썽꾸러기 북한을 두둔하고 비호하는 것은 한반도와 동북아의 평화와 안전을 해치는 잘못임을 국제사회에 일깨워야 한다.
한용섭 국방대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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