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시교육청이 초ㆍ중ㆍ고교 학교운영위원회(학운위)의 독립성을 강화하기 위해 학교장의 학운위 참여를 원천적으로 배제하는 방안을 추진하고 있다. 막강한 학교장의 권한을 견제하고, 학부모와 학생의 참여를 확대해 학운위의 위상을 재정립하겠다는 취지다.
시교육청 관계자는 26일 "'학교운영위원회 관련 제도 개선 정비 TF'에서 학교장의 학운위 참여 배제, 학부모 위원의 비율 확대, 학생의 학운위 참여를 보장하는 내용의 방안을 제시해 내부 논의 중"이라고 밝혔다. 학운위 개선 TF는 시교육청의 일반직 공무원을 중심으로 올해 1월 구성돼 그 동안 제도 개선 정비 방안을 논의해 왔다.
현행 초중등교육법은 학교장이 학교 운영에 관한 사안을 결정할 때 학운위의 심의를 거치도록 하고 있다. 학운위가 학교장의 독단적인 결정과 전횡을 막을 수 있는 제도적 장치인 셈이다. 그러나 일선 학교에서는 학운위의 구성 및 운영에 학교장의 입김이 적지 않게 작용해 견제 기능이 유명무실해졌다는 지적을 받고 있다.
학운위는 학부모 위원 30~40%, 교원위원 20~30%, 지역위원 30~50%의 비율로 구성하도록 돼 있다. 특히 교원위원 가운데 학교장은 당연직 위원으로 학운위에 참여한다.
초등학교 학운위원을 지낸 한 학부모는 "학교장이 회의에 참석하면 아무래도 눈치가 보여 제대로 된 의견 개진을 하기가 어렵다. 교원위원 가운데 상당수가 교장의 뜻에 따르는 부장급 교사들이어서 비판적인 의견을 내기가 더욱 어렵다"고 지적했다.
게다가 학교장과 친분이 있는 전직 교장, 교육청 직원, 학원 관련자 등이 지역위원으로 참여하는 경우가 많아 학교 운영의 민주성을 확보한다는 본래 취지에 어긋난다는 지적을 받아왔다.
이에 따라 시교육청은 학교장이 당연직 위원은 물론이고, 선출직 교원위원도 될 수 없도록 관련 규정의 개정을 논의하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또한 학부모위원을 전체 학운위원의 50% 이상이 되도록 하고, 학운위에 행정사무감사 기능을 부여해 학교 운영 전반에 대한 실질적인 감시가 이뤄질 수 있도록 하는 방안을 논의하고 있다.
그러나 시교육청의 이 같은 방안은 초중등교육법의 개정을 필요로 해 현실화되기까진 적잖은 진통이 예상된다. 시교육청 관계자는 "아직 내부 논의 단계인데다 법 개정을 위해서는 교육과학기술부에 이 방안을 건의해야 한다. 또 학교장 등의 거센 반발도 예상돼 실제로 방안이 적용될 수 있을 지는 미지수"라고 말했다.
한준규 기자 manbok@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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