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민구 합동참모본부 의장이 23일 북한의 연평도 포격 당시 "대응사격으로 20발만 쏘라"고 지시한 것으로 전해졌다. 실제 이날 북한은 170여 발, 우리 군은 80발의 포를 쐈다. 한 의장은 이날 연평도 훈련 상황을 처음부터 지켜보고 있던 것으로 알려져 군 지휘부의 소극적인 대응에 대한 논란이 커지고 있다.
26일 연평도 현지를 다녀온 모 의원에 따르면, 해병대 연평부대장(대령)은 23일 오후 2시34분께 북한의 포 공격이 시작되자 즉각 지휘계통을 통해 한 의장에게 상황을 보고하고 대응사격 여부를 물었다. 하지만 한 의장은 별다른 지시를 내리지 않았고, 그 사이 북한군은 연평도 내륙과 해상에 150여 발의 포를 퍼부었다. 이에 부대장은 현장 지휘관의 재량으로 오후 2시47분께부터 K-9 자주포로 50발을 응사했다.
오후 3시12분께 북한군의 두 번째 포 사격이 시작돼 20여 발의 포탄이 쏟아졌다. 부대장은 다시 상부에 상황을 보고했고, 북한군의 재차 공격에 현지 사정이 심각하다고 판단한 한 의장은 "20발 정도만 쏘라"고 지시했다. 실제 부대장은 오후 3시25분께부터 이보다 많은 30발을 쐈지만 비슷한 규모여서 한 의장의 지시에 충실했던 셈이다.
부대장의 보고 외에도 한 의장은 지휘부 모니터를 통해 현장 상황을 지켜본 것으로 전해졌다. 군의 주요 훈련장에선 일반적으로 트럭에 실은 기동영상장비를 통해 훈련모습을 상부에 전송한다. 훈련이 제대로 진행되고 있는지 지휘부가 실시간으로 살펴볼 수 있고, 혹시 사고가 발생할 경우 상부에서 신속한 지시를 내리기 위해서다.
이날 연평부대는 오후 1시께부터 K-9자주포 6문 중 4문의 포구를 연평도 서남방 해상으로 돌려 사격훈련을 하다가 오후 2시34분께 북한군의 공격을 받자 훈련을 중단했다.
김광수 기자 rollings@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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