게임 오남용 규제 문제를 놓고 관계부처 간 입장이 팽팽하게 맞서면서 게임산업진흥에 관한 법률(이하 게임법, 2008년 11월 국회 접수) 개정안이 끝없이 표류하고 있다.
24일 정부 부처 및 관련 업계에 따르면 현재 국회 법제사법위원회(이하 법사위)에 계류 중인 게임법 개정안 가운데 게임 오남용 규제와 관련, 여성가족부와 문화체육관광부 사이의 이견이 좀처럼 좁혀지지 않고 있다.
양 부처의 대립점은 게임 오남용과 관련된 규제안을 어느 법령에 담을 것인가의 여부.
여성부는 게임 산업 자체에 대한 영역은 문화부의 소관일지 몰라도, 게임에 대한 규제만큼은 이용자 보호차원에서 접근해야 하기 때문에 청소년보호법의 테두리 안에서 다뤄야 한다는 주장이다. 여성부 관계자는 "청소년 보호는 우리 사회가 기본적으로 인정해야 하는 중요한 가치"라며 "과도한 게임으로 발생하는 사회적인 문제를 미연에 방지하기 위해서라도 게임 오남용에 대한 규제는 청소년보호법에서 이뤄져야 한다"고 강조했다. 여성부는 제도적인 규제와 함께 19세 이하를 대상으로 일정 심야시간 동안 게임 접속을 제한하는 셧다운제를 시행하자는 입장이다.
문화부의 생각은 다르다. 정책적 일관성을 유지하기 위해서라도 게임 산업의 진흥과 규제는 동시에 진행돼야 한다는 판단에서다. 특히, 청소년보호법 아래 두려는 게임 규제 내용은 이미 게임법에 녹아있기 때문에 청소년보호법에서 또 다시 규제할 필요가 없다는 진단이다. 문화부 관계자는 "게임 규제를 청소년보호법에 둘 경우에는 중복규제가 될 가능성이 높다"며 "게임 규제에 대한 보완이 필요하다면 기존의 게임법에 추가하면 된다"고 설명했다. 문화부는 자율 규제와 더불어 14세 이하의 게임 이용자들에 한해 셧다운제를 도입하자는 의견이다.
양측의 이 같은 입장은 게임법 개정안과 관련된 법사위 회부 시점이 지났지만 아직까지도 평행선을 달리고 있다.(당초 게임법 개정안과 관련, 이달 19일 열릴 예정이던 법사위는 최근 국회의원들에 대한 검찰의 압수수색 여파로 무기한 연기된 상태다.)
그러나 이들을 바라보는 게임 업계의 시선은 곱지 않다. 두 부처 모두 게임 산업의 발전과 이용자 보호라는 명분을 내세우고는 있지만, 정책 주도 기관으로서의 입지 강화를 위한 실속 없는 기 싸움이라는 지적에서다. 규제 법안을 장악하지 못할 경우, 향후 성장성 높은 게임 업계에 대한 영향력이 줄어들어 조직과 예산이 그 만큼 축소될 수 있기 때문이다.
문제는 두 부처의 소모적 논쟁 속에 피해가 고스란히 게임업계에 떨어지고 있다는 점이다. 당장 개정안에 포함된 오픈마켓 게임의 사후심의 허용 문제가 해결되지 않으면서 게임 업계의 속앓이는 깊어가고 있다. 하루에도 수 십개씩 등록되는 오픈마켓 게임을 현행 법률인 사전심의로 규제한다는 것은 현실과도 맞지 않다는 게 게임업계의 지적이다. 따라서 국내 게임 개발자들의 설 자리도 갈수록 좁아지고 있다. 오픈마켓 게임을 사전심의로 진행하는 곳은 전 세계에서 우리나라가 유일하다.
여기에 규제 법안 콘트롤 기관의 성격에 따라 향후 게임 개발에도 적지 않은 영향을 미친다는 점에서, 게임법 개정안의 표류는 그 만큼 게임 개발 업체에도 부담이 될 수 밖에 없다.
김성곤 한국게임산업협회 산업국장은 "이미 늦을 대로 늦은 게임법 개정안이 계속해서 미뤄진다면 300~400여개에 이르는 게임 개발 업체는 물론이고 오픈마켓을 새로운 기회로 삼으려는 수 많은 1인 창조기업들의 꿈은 꺾일 수 밖에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허재경기자 ricky@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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