준결승을 마치고 돌아온 양궁대표팀의 막내 김우진(18ㆍ충북체고)을 기다리고 있던 선배는 여자 양궁 2관왕을 차지한 윤옥희(25ㆍ예천군청)였다.
첫 아시안게임 무대라 부담감을 느끼고 있을 김우진에게 윤옥희는 "끝까지 물고 늘어져라"며 '2관왕의 기운'을 불어넣었다. 든든한 누나의 기운을 받은 김우진은 결승전에서도 흔들림 없는 활시위를 선보이며 '신궁 코리아'의 피날레를 장식했다.
'촌놈' 김우진이 24일 광저우 아오티 아처리 레인지에서 열린 광저우 아시안게임 남자 양궁 개인전에서 인도의 타룬디프 라이를 7-3(28-28 28-27 28-29 28-27 29-27)으로 물리치고 금메달을 차지했다. 지난 22일 남자 단체전 우승의 주역이었던 김우진은 첫 아시안게임 무대에서 2관왕을 차지하며 신궁 탄생을 알렸다. 김우진의 피날레로 금메달 4개를 싹쓸이한 한국은 도하 대회에 이어 2회 연속 전종목을 석권하며 위세를 떨쳤다.
우직한 소처럼 꾸준함이 돋보였다. 김우진은 32강 개인전부터 단 한 차례도 8점을 기록하지 않고 9점, 10점만 꾸준히 쐈다. 료타 아마노(일본)와 준결승에서는 5번째 화살을 제외하고 모두 10점 만점을 쏘는 경이적인 기량으로 팬들을 놀라게 만들었다. 특히 8강전은 '맏형' 오진혁(농수산홈쇼핑)이 탈락하는 것을 보고 난 뒤 임했던 경기임에도 완벽한 기량을 과시했다.
중국의 싱유를 제압하고 결승에 오른 김우진은 안정적인 시위를 이어갔다. 8강전처럼 10점이 많이 나오진 않았지만 꾸준함이 돋보였다. 1~4세트 모두 28점을 쏜 김우진은 세트 스코어 5-3으로 한 발 앞서 갔다. 근소한 리드로 결승전에 대한 긴장감을 푼 김우진은 5세트에서 10점, 9점, 10점을 쏘며 8점, 10점, 9점에 그친 라이를 따돌리고 정상에 우뚝 섰다.
충북 옥천군 이원면 미동리 출신인 김우진은 그야말로 '촌놈'이다. 그래서 대표팀에서도 '완전 촌놈'으로 불린다. '촌놈' 김우진은 성실성과 우직함 부분에서는 형들을 뛰어넘는다. 야간훈련을 하루도 빼먹지 않았던 김우진은 우직한 소를 연상케 한다.
김성훈 남자대표팀 감독은 "(김)우진이가 대표팀에서 가장 훈련을 열심히 했다. 워낙 순박해서 지도자들이 이야기하면 스폰지처럼 빨아들이는 특성이 있다"며 "또 템포가 빠른 데다 시위 타이밍이 다소 늘어져도 흔들림 없이 쏘는 강점이 두드러진다"고 설명했다.
광저우=김두용기자 enjoyspo@hk.co.kr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