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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평선] 군대에 갈 맛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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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평선] 군대에 갈 맛

입력
2010.11.24 12: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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만약 전쟁이 일어나면? 흔히 하는 말. 전방과 후방이 따로 없다. 첨단무기가 어디든 갈 수 있는 세상에 후방이라고 더 안전할 수 없다. 피난을 간다고 전쟁의 위험에서 벗어나는 것도 아니다. 전쟁이 나면 군인(전방)과 민간인(후방)이 따로 없고, 남녀가 따로 없다. "어차피 군인 아저씨들이 해결해 주겠지. 난 상관없어."가 아니다. 총알과 포탄은 이념에 따라 방향을 바꾸지도 않는다. 그러나 아직도 전쟁은 기성세대에게는 가까운 기억이자 끔찍한 경험이지만, 일부 젊은 세대에게는 먼 이야기, 나와 상관 없는 일, 가상의 놀이세계로 비치는 모양이다.

■ 연평도에 북의 포탄이 무차별로 쏟아지는 날, 몇몇 누리꾼이 올린 글들을 보자. "난 상관없어."라는 냉담은 그나마 세태라고 여기며 무시해 버릴 수 있다."백화점 명품부터 털어야지. 가방이랑 구두랑 집어 와야지." "피난을 가더라도 짐을 명품에 싸고 싶다." "언니, 신세계 본점으로 와요."라고 올린 여성들. 심지어 한 누리꾼은 소셜 네트워크 사이트에 연평도 폭격을 서른 세 번째 맞은 남편의 생일을 북에서 축하해 주는 축포라고 했다. "말로만 듣던 폭탄, 연평도 사람들 대박이겠다."라는 글을 킥킥거리며 올린 네티즌을 보면 기가 막힌다.

■ "나도 어엿한 대한민국 군인이기에, 그것도 조국의 최전방에서 5,000만 국민이 등 뒤에서 나를 믿고 있는 연평도 해병대이기에, 사랑하는 친구에게 한반도의 평화는 내가 지킨다."전사한 문광욱 일병이 친구의 홈피에 남긴 글이다. 그는 조국을 지킨다는 자부심을 생각하면 모든 걸 이겨낼 수 있다고 했다. 그가 목숨까지 바쳐가며 지키려던 조국은 무엇이고, 평화는 누굴 위한 것이며, 그가 믿는다는 5,000만 국민은 누구인가. 마음 같아서는 남녀 불문, 그의 소중한 자부심을 짓밟은 얼빠진 것들 강제로라도 끌고가 그의 자리에 세우고 싶다.

■ 언제나 개념 없는 인간들은 있다. 폭격을 폭죽놀이쯤으로 여기고, 타인의 생사를 조롱하고, 전쟁이 나면 혼란을 틈타 도둑질이나 해서 제 욕심 채우겠다는 생각이나 하는. 문 일병의'국민' 에 이들까지 포함시켜야 하나. 그냥 농담으로 말해본 건데, 왜 욕하느냐고? 농담도 때와 분별이 있어야 한다. 내 맘이라고? '내 맘'이면 그냥 담아두지 왜 트위터에 함부로 내뱉어 국민들 속을 뒤집어 놓아. 심심하면 터지는 안전사고, 연일 적에게 당하면서 제대로 반격 한 번 못해보는 굴욕, 뒤통수나 치는 국민 아닌 국민. 어디 군대 갈 맛 나겠나.

이대현 논설위원 leedh@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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