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국민과 영토를 무차별적으로 공격한 북한의 연평도 포격은 어떤 이유로도 정당화하거나 용납될 수 없는 전쟁 도발이다. 정파와 이념을 떠나 우리 사회의 각 세력이 한 목소리로 북한의 만행을 규탄하는 것도 이 때문이다. 천안함 폭침사태 발생 초기에 상황이 모호해 침몰 원인 등을 놓고 우리 내부에서 의견 대립이 첨예했던 것과는 사정이 전혀 다르다. 명명백백한 도발을 규탄하는 데 다른 견해가 있을 수 없다. 국가적 긴급 사태에서 정치권과 사회 각 세력은 정쟁과 갈등을 접고 정부와 군에 확고한 신뢰와 지지를 보낼 필요가 있다.
민주당이 사태 발생 직후 민간인 불법사찰 의혹 국정조사를 촉구하기 위한 서울광장 농성을 즉각 중단하고 초당적으로 북한 규탄 대열에 동참한 것은 그런 점에서 적절했다. 손학규 대표는 북한에 도발행위를 즉시 중단할 것을 촉구하고, 포격으로 인한 인명 피해 등 모든 책임을 북한이 져야 한다고 못박았다. 민주당은 국회 차원의 대북 결의안 채택에도 적극적이다. 보수 성향의 자유선진당은 물론, 민주노동당과 진보신당도 북한 규탄 대열에 초당적으로 동참하고 있다.
향후 대응에 관해서는 정파에 따라 강조점이 다른 것이 사실이다. 한나라당 내 강경파와 자유선진당은 보다 강력한 응징을 주문하고 있다. 그러나 민주당과 민노당, 진보신당 등 진보진영은 과잉 대응 자제를 촉구하며 대화를 통한 해결과 긴장 해소에 강조점을 두고 있다. 여야가 국회의 대북 규탄 결의안 채택에 큰 틀에서 합의하고도 구체적 내용과 절차를 놓고 진통하고 있는 것도 그 때문이다.
이명박 대통령도 강조했듯이 북한의 무력도발에 단호하게 대응하되 사태 악화를 경계해야 한다는 원칙은 틀리지 않는다. 하지만 '단호한 대응과 사태 악화 경계'가 현실적 조치로 이어질 때는 모순과 딜레마가 있을 수밖에 없다. 정파에 따라 대응책이 갈리는 것도 바로 이런 딜레마에 대한 관점이 다른 탓이다. 그러나 되풀이되는 북한의 무모한 도발을 막으려면 우리 사회가 단호한 의지와 일치된 목소리를 내야 한다. 철저한 군사대비 태세도 중요하지만 그것만으로는 부족하다. 용납할 수 없는 북한의 도발에도 우리 사회가 단결하지 못하면 북한의 도발 유혹은 더 커질 게 뻔하다. 국민이 단합된 모습을 보이는 것은 국제사회의 지지를 이끌어 내는 데도 필요하다.
안보적 비상사태가 주요 정치적 쟁점을 흐리는 효과를 낼 수는 있다. 대포폰 공세와 4대강 사업 저지투쟁에 당력을 쏟아온 민주당 등 야권에서는 우려가 없을 수 없다. 그러나 지금은 그런 정치적 득실을 따질 계제가 아니다. 정부ㆍ여당도 현 상황을 정치적으로 활용할 생각을 버리고 초당적 협조를 이끌어 내기 위해 최선을 다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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