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몸과 마음/ 혈당조절 회복시키는 '인크레틴 신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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몸과 마음/ 혈당조절 회복시키는 '인크레틴 신약'

입력
2010.11.24 12: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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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뇨병은 우리나라 30세 이상 국민의 10%가 앓을 정도로 국민병이 된지 오래다. 더 무서운 점은 뇌졸중과 심장병뿐만 아니라 망막ㆍ신경계 손상, 발 궤양, 성기능 장애 등 합병증을 유발한다는 것이다.

지금까지 나온 당뇨약(혈당강하제)은 체내 혈당수치와 관계없이 인슐린 분비를 자극(설포닐우레아 계열 당뇨약)하거나 민감성을 높이는(바이구아나이드 계열과 치아졸리딘디온 계열 당뇨약) 방식이었다. 하지만 장기적으로는 부작용으로 췌장에서 인슐린을 분비하는 베타세포 숫자가 줄어 인슐린이 잘 분비되지 않게 된다. 특히 최근엔 치아졸리딘디온 계열 당뇨약 아반디아(GSK)가 심혈관계 부작용으로 미국ㆍ유럽에 이어 국내에서도 신규 처방이 중단됐다.

이에 따라 부작용을 최소화한 인크레틴 호르몬에 기반한 ‘인크레틴 신약’이 각광을 받고 있다. 인크레틴 분비 억제제(DPP-4 억제제)와 인크레틴 유사체(GLP-1 agonist)가 바로 그것. 이들 인크레틴 신약은 체내 혈당수치에 따라 인슐린 분비를 조절하는 방식이다. 즉, 혈당이 높을 때만 인슐린 분비를 촉진하는 인체 본연의 혈당조절 시스템을 회복시키는 인체친화적 치료제로 부작용도 크게 줄었다. 이현철 세브란스병원 내분비내과 교수는 “당뇨병 환자는 대개 관절염과 고혈압, 심혈관 질환을 같이 앓고 있어 인체 부담을 줄이는 한편 인체 기능을 재생하고 부작용을 없애는 방향으로 치료를 받아야 한다”고 말했다.

혈당조절의 ‘마에스트로’ 인크레틴

인체는 인크레틴 호르몬이 주도하는 훌륭한 혈당조절 시스템을 갖추고 있다. 음식을 먹으면 소장에서 분비되는 인크레틴 호르몬(GLP-1, GIP 등 2가지가 있다)은 혈당이 높고 낮음에 따라 췌장에서 인슐린(혈당이 높을 때 낮추는 역할)과 글루카곤(혈당이 낮을 때 높이는 역할)을 적절히 분비하도록 조율한다. 한마디로 인크레틴 호르몬은 혈당조절의 ‘마에스트로’다.

문제는 인크레틴 호르몬 분비량이 당뇨병 환자에게는 현저히 줄어들며, 이마저도 생성 후 80% 정도가 1~2분 만에 DPP-4 효소에 의해 무력화된다. DPP-4억제제는 이 같은 DPP-4 효소의 활동을 막아 인크레틴 호르몬의 혈당조절 작용이 원활하게 진행되도록 돕는다.

그런데 당뇨약의 대표적인 부작용은 저혈당. 저혈당은 당뇨병 치료과정에서 인슐린이 과다 분비해 생긴다. 설포닐우레아 등 기존 당뇨약은 인체 내 혈당 수준에 관계없이 일률적으로 췌장 안에 있는 베타세포를 자극해 인슐린 분비를 촉진하므로 자칫 저혈당이 올 수 있다. 저혈당이 되면 식은 땀, 불안감, 가슴 두근거림, 빈맥(맥박이 빨리 뛰는 증상), 두통, 어지럼증 등 가벼운 증상에서 경련과 혼수상태까지 간다.

또한, 인슐린이 과다 분비되면 당뇨병 환자의 몸무게가 늘어난다. 인슐린은 잉여 포도당을 체내 축적하기 때문이다. 따라서 DPP-4억제제의 도움을 받아 인슐린 분비가 최적화되면 몸무게가 그리 늘리 않는다. 인크레틴 호르몬 자체가 식욕 억제 기능이 있다는 점에서 DPP-4억제제 등 인크레틴 호르몬에 기초한 치료법은 체중 조절에도 기여할 수 있다.

따라서 DPP-4억제제는 베타세포의 양이 서양인보다 적어 인슐린 분비 기능이 약한 한국인 등 동양인에게 효과가 더 좋은 것으로 보고되고 있다. 실제로 MSD가 내놓은 DPP-4억제제인 ‘자누비아(성분명 시타글립틴)’는 한국과 중국, 인도의 제2형 당뇨병 환자를 대상으로 18주간 임상시험한 결과, 당화혈색소(HbA1cㆍ적혈구의 혈색소인 헤모글로빈에 포도당이 붙은 상태, 7% 이하가 정상)가 1.03% 감소했으며, 특히 한국인은 평균 1.37%가 줄어들어 가장 좋은 효과를 나타냈다.

인크레틴 기반한 당뇨약 속속 나와

국내에 첫 선을 보인 DPP-4억제제는 MSD의 자누비아로, 2008년 10월 식품의약품안전청으로부터 판매승인을 받았다. 자누비아는 국내 출시된 DPP-4억제제로는 유일하게 미국 식품의약국(FDA)의 승인을 받았다. 자누비아의 DPP-4 억제 성공률이 80%나 돼 미국과 유럽 등 90개국에서 1,670만건 이상 처방되고 있다. 식사와 관계없이 하루 1회 복용하면 된다. 이밖에 노바티스의 ‘가브스(성분명 발다글립틴)’, 아스트라제네카의 ‘온글리자(삭사그립틴)’, 베링거인겔하임의 ‘BI1356’ 등이 출시됐거나 임상시험이 진행 중이다.

윤건호 서울성모병원 내분비내과 교수는 “자누비아 등과 같은 DPP-4억제제는 DPP-4 호르몬을 효과적으로 억제함으로써 인크레틴 효소의 활성을 늘려 혈당조절 기능을 최적화하고 저혈당과 체중증가 등의 부작용을 줄인다”고 말했다.

이밖에, 인크레틴에 기반한 당뇨약으로 인크레틴 유사체가 나왔다. 인크레틴 유사체는 아메리카 독도마뱀(Gila monster)의 타액 성분인 엑센딘-4를 합성한 것으로 인체 내에 결핍된 인크레틴 호르몬을 대체한다. 2008년 6월 식품의약품안전청 승인을 받은 릴리의 바이에타(성분명 엑세나타이드)가 있다. 펜타입 주사제로 하루 아침, 저녁 식사 후 2회 투여한다.

일러스트=김경진기자

권대익 의학전문기자 dkwon@hk.co.kr

일러스트=김경진기자 jinjin@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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