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 영변 핵시설에서 우라늄 농축시설을 직접 목격한 지그프리드 헤커 스탠퍼드대 국제안보협력센터 소장은 23일(현지시간) 북한의 이 시설들이 영변 이외의 장소에서 외부의 지원으로 제조, 실험됐을 가능성이 높다고 밝혔다.
헤커 소장은 이날 워싱턴 D.C 한미경제연구소(KEI)에서 가진 방북결과 설명 토론회에서 "우리가 본 우라늄 농축설비는 하룻밤 사이에 만들어질 수 있는 것이 아니며 여러 해에 걸친 개발과 제조, 실험과정을 거쳐야 한다"며 이같이 밝혔다. 그러면서 그는 "원심분리기 제조 기술이 갖는 특수성과 북한이 확보한 물품, 기술 등을 감안할 때 북한의 원심분리기 구축과정에서 외부의 지원과 협력이 있었다고 봐야 한다"고 덧붙였다.
앞서 21일 미국의 핵전문 싱크탱크인 과학국제안보연구소(ISIS)의 데이비드 올브라이트 소장도 영변 우라늄 농축시설이 신속히 구축된 점을 지적하며 다른 곳에서 제조한 뒤, 영변으로 이전했을 가능성을 제기했었다.
북한 우라늄농축 시설의 해외 수출 가능성이 "가장 우려스러운 점"이라고 밝힌 헤커 소장은 "향후 수출 시도 가능성이 없진 않겠으나 자체적으로 핵심 자재와 부품을 갖고 있지 않고 수입에 의존해야 하기 때문에 턴키(설계ㆍ시공 일괄입찰)방식의 우라늄농축 기술 수출은 가능하지 않을 것"이라고 진단했다.
북한이 원심분리기를 자신들에게 공개한 의도와 관련해서는 "북한이 경수로 가동을 위한 연료 개발 차원이라고 변명하지만 우라늄 농축역량을 과시하려는 것"이라며 "'우리를 과소평가하지 말라. 우리는 무너지지 않는다'는 메시지를 전하려는 것"이라고 풀이했다.
이대혁기자 selected@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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