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워지지 않은 상처’인 흉터의 치료법은 다양하다. 피부를 재생하는 레이저, 흉터의 조직을 벗겨내는 박피, 함몰된 곳에 콜라겐ㆍ히알루론산 등 보충물을 채워 넣는 필러 등. 하지만 이들 치료법은 효과가 그다지 만족스럽지 못하다. 현재까지 나온 흉터 치료법들은 효과가 오래가지 못하고, 깊이 파고든 난치성 흉터를 개선하는 데 한계가 있기 때문이다.
최근 여드름 흉터처럼 움푹 파인 흉터를 메우는 치료제(에스바이오메딕스의 ‘큐어스킨’)이 식품의약품안전청의 허가를 받아 출시됐다. 이 치료제는 본인의 피부세포를 이용하므로 부작용이 없이 흉터를 치료한다. 서성준 중앙대병원 피부과 교수는 “자가 섬유아세포(fibroblast) 치료법은 여드름 흉터 등 난치성 피부 흉터의 새로운 치료법”이라고 말했다.
피부는 바깥부터 표피와 진피, 피하(지방) 등 3개 층으로 구성돼 있다. 3개 층 가운데 진피 이상의 상처를 입으면 흉터가 생긴다. 피부가 물결 모양으로 갈라진 튼살도 흉터다. 수술을 위해 지방층까지 절개하는 수술 흉터는 깊이와 정도가 가장 심하다. 화상 흉터는 환부의 넓이와 깊이에 따라 생명을 위협하기도 한다. 상처 부위가 아물며 세포가 과도하게 증식해 피부가 볼록해진 켈로이드도 흉터의 일종이다.
섬유아세포는 피부세포로 분화하고 콜라겐(피부 탄력을 유지하는 단백질) 형성을 돕는다. 따라서 섬유아세포를 움푹 파인 흉터 밑에 투여하면 콜라겐이 만들어져 흉터 부위가 메워지는 원리다.
흉터 치료는 우선 부분마취를 통해 자신의 귀 뒷부분에서 쌀 한 톨 크기의 피부에서 섬유아세포를 채취하는 것부터 시작된다. 채취한 섬유아세포는 6~10주 동안 최대 10억개까지 배양한 뒤, 흉터가 있는 피부의 진피층에 2주 간격으로 2~3회 정도 주사한다. 그러면 움푹 파인 흉터 밑에서 콜라겐이 차오르며 흉터를 메운다.
임이석 신사테마피부과 원장은 “자신의 피부세포에서 섬유아세포를 채취ㆍ배양해 흉터 부위에 주입하므로 염증 등 면역 거부반응이 나타나지 않는다”며 “흉터 개선효과도 최소한 4년 이상 유지할 수 있다”고 말했다.
흉터 개선효과는 임상시험에서 확인됐다. 서울대병원과 고려대구로병원에서 22명의 여드름 흉터 환자에게 큐어스킨을 투여하고 3개월 후 효과를 관찰한 결과, 95%의 환자에게서 흉터 개선효과가 확인됐다. 미국에서 진행된 임상시험에서도 12개월 뒤 92%의 흉터 치료 효과가 있었다.
하지만 관절염 치료제를 먹고 있거나, 장기를 이식했거나, 세균성 피부염에 감염됐거나, 피부암을 걸린 적이 있거나, 후천성 면역결핍증(AIDS)에 걸렸거나, 홍반성 낭창(루푸스)ㆍ류마티스 관절염ㆍ피부경화증 등 자가면역질환이 있는 사람은 섬유아세포를 이용한 흉터 치료를 받을 수 없다.
서 교수는 “섬유아세포를 이용한 흉터 치료는 여드름 등 난치성 흉터뿐만 아니라 주름과 아토피성 피부염, 화상 등 각종 피부 손상에도 적용될 수 있을 것”이라고 내다봤다.
권대익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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