태극기가 모래 위에 사뿐히 놓였다. 태극기를 자랑스럽게 쳐다보던 선수는 자신이 이뤄낸 성과가 믿어지지 않는 듯 손을 입으로 자꾸 갖다 대며 감격스러운 표정을 지었다. 고질적인 발목 부상을 딛고 이뤄낸 쾌거라 '금빛 세리머니'도 그칠 줄 몰랐다. 한국 여자 도약의 첫 금메달이 탄생하는 순간이었다.
한국 여자 멀리뛰기의 간판 정순옥(27ㆍ안동시청)이 여자 도약 사상 아시안게임 첫 금메달을 목에 걸었다. 정순옥은 23일 광저우 아오티 주경기장에서 열린 여자 멀리뛰기 결선에서 6m53을 기록, 6m50의 리파코바 올가(카자흐스탄)를 따돌리고 아시아 정상에 우뚝 섰다. 정순옥의 '금빛 도약'으로 한국 여자 멀리뛰기의 역사는 새로 쓰여졌다.
한국 기록(6m76) 보유자인 정순옥은 1차 시기에 6m34를 뛰어 가볍게 몸을 풀었다. 2차 시기에서 파울을 범한 정순옥은 3차 시기에도 6m22에 그쳤다. 올해 최고 성적이 6m48이었던 정순옥은 마음을 다시 가다듬고 출발선에 섰다. 힘차게 뛰어가던 정순옥은 도약대를 정확하게 밟고 공중으로 뛰어올랐다. 자신의 도약에 만족감을 드러낸 정순옥은 4차 시기 기록이 6m53으로 표기되자 '예스'라고 외치며 펄쩍펄쩍 뛰었다.
4차 시기에서 1위로 올라선 정순옥은 그때부터 경쟁자들의 기록을 주시했다. 특히 6m85의 기록을 보유한 올가를 주시했다. 올가는 3차 시기에서 6m50을 뛰어 정순옥의 뒤를 바짝 추격했다. 그러나 정순옥의 기록을 의식한 올가가 5차와 6차 시기에서 연속 파울을 범한 것을 확인한 정순옥은 6차 시기를 거르고도 시상대 꼭대기에 올라섰다.
고질적인 발목 부상을 딛고 이룬 쾌거라 정순옥의 금메달은 값어치가 크다. 중학교 때부터 발목이 좋지 않았던 그는 재활을 완벽히 하지 못해 해마다 발목 상태를 걱정해야 했다. 대회를 앞두고도 발목이 좋지 않았던 그는 "발목이 신경 쓰였는데 다행"이라며 안도의 숨을 내쉬었다.
등에 걸친 태극기를 취재진에게 보인 정순옥은 "태극기를 보니까 좋지요"라며 기쁨을 감추지 못했다. 이어 그는 "전국체전 이후 컨디션 회복이 잘 되지 않았는데 시즌 마지막 대회라 선수들의 전체적인 기록이 저조했던 것 같다"고 말했다. 이어서 결혼을 약속한 남자 높이뛰기 선수 지재형(울산시청)에게 감사의 말도 남겼다.
이날 정순옥의 응원을 위해 광저우에 날아온 지재형에게 정순옥은 "(지)재형아 사랑해"라고 들뜬 감정을 표현했다. 한편 남자 400m 계주는 첫 번째 주자 여호수아가 스타트 동작에서 근육 경련이 일어나는 불운으로 예선 탈락했다.
광저우=김두용기자 enjoyspo@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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