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2일 캄보디아 수도 프놈펜에서 열린 연례 물축제 '본 옴 뚝(Bon Om Touk)' 도중 최악의 압사 사고로 최소 378명이 사망하고 750여명이 부상당하는 등 1,000명이 넘는 사상자가 발생했다. 부상자 중 중상자들이 많고 희생자가 몰린 다리에서 강으로 뛰어든 사람도 있어 희생자는 더 늘 것으로 보인다. 아랍권 방송 알 자지라는 사망자가 최소 410명에 이른다고 보도했다.
훈센 캄보디아 총리는 이번 압사 사고를 "1970년대 크메르루주 정권의 대학살 이후 최악의 참사"로 규정, 25일을 국민 애도일로 선포하고 전국에 조기를 게양하도록 했다.
참극은 물을 숭상하는 캄보디아가 매년 우기가 끝나는 것을 축하하기 위해 3일 간 프놈펜 메콩강 일대에서 여는 물축제의 마지막 행사인 보트 경주 이후에 발생했다. 최고 인기 행사인 톤레샤프강에서의 보트 경주가 끝난 22일 저녁 9시 30분께 수 천명의 인파가 코픽섬과 육지를 잇는 좁은 다리로 한꺼번에 몰리면서 일부가 넘어지자 통제불능 상태에 빠진 군중들의 압사가 이어졌다. 매년 수백만명이 몰리는 물축제는 인명피해 사고가 끊이지 않아왔다. 이번 축제 기간에도 200만명이 참여했다.
현지 언론들은 사고 직후 수많은 시신들이 강에 떠다녔으며 주인을 잃은 신발들이 어지럽게 흩어져 있었다고 아비규환 상황을 전했다. 병원에 실려온 27세 여성은 AP 통신에 "나도 그 자리에서 죽는 줄 알았다"며, 수백명의 사람들이 60세 할머니를 밟고 지나가는 걸 목격했다고 몸서리를 쳤다.
사고 현장에서 음료수를 팔던 행상은 AP에 "애초 10여명이 쓰러지면서 뒤에 오던 사람들이 뒤엉켜 넘어졌다"고 말했다. 그러나 정확한 원인은 밝혀지지 않았는데 '갱들의 싸움이 벌어져 사람들이 피해 도망치다 발생했다', '다리 폭파 위협이 퍼지면서 사람들이 동요했다'는 증언들도 나오고 있다고 알자지라가 보도했다.
사망자 대부분이 질식과 내장파열로 사망한 것으로 알려진 가운데, 일부에서는 경찰의 과잉대응을 문제삼고 나섰다. 경찰이 이동을 재촉하며 쏜 물대포에 많은 사람이 맞고 강으로 떨어져 익사했다는 것이다.
이번 참사는 2006년 1월 사우디 아라비아 메카에서 이슬람 순례자 362명이 숨진 사고 이후 가장 큰 압사 사고다.
채지은기자 cje@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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