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학수학능력 시험과 학기말 고사가 끝나는 11월 말이면 상급학교 진학과 취업을 눈앞에 둔 졸업반 학생들은 교육 과정의 사각지대에 놓인다. 수업 집중도가 떨어져 교육 과정이 정상적으로 운영되지 못하는 경우가 대부분이고, 많은 학생들은 상급학교 입학에 대비한 선행학습을 위해 학원으로 내몰린다.
특히 수능을 치른 고3 학생들은 입시의 중압감에서 벗어났다는 해방감 때문에 탈선하기 쉽고, 알몸 졸업식 뒤풀이, 유흥업소 출입 등 이들의 일탈행위는 사회문제로 부각되기도 했다.
이와 관련해 서울의 초ㆍ중ㆍ고교는 졸업생들을 대상으로 상급학교 입학전까지 약 3개월 동안 다양한 특별 프로그램을 운영하고 있다. ‘시간 때우기’식의 견학 및 봉사활동에서 벗어나 특색있는 프로그램을 실시하고 있는 학교들을 소개한다.
남녀 학생들이 함께 만드는 대안 생리대
남녀공학인 상계제일중 3학년 학생들은 면을 사용한 대안 생리대 만들기 체험 프로그램에 참여한다. 썩지 않는 일회용 생리대가 유발시키는 환경 문제와 여성의 건강을 위협하는 각종 화학물질에 대해서 학습한다.
남학생들에겐 비밀로 여겨졌던 여성의 월경에 대해 남녀 학생들이 툭 터놓고 대화를 하게 돼 남녀의 신체적 차이와 여성의 몸에 대한 교육이 자연스럽게 이뤄지는 효과가 있다.
교육 협력기관인 ‘함께 걸음 의료 생협’의 관계자는 “교육 초기에는 일부 남학생들이 왜 내가 생리대를 만들어야 하느냐며 불만을 갖는 경우도 있었지만 교육 후에는 자신이 만든 생리대를 누나와 어머니에게 선물하겠다며 긍정적인 반응을 보인다”고 말했다.
나의 매력 찾기 프로젝트-리더십 함양 프로그램
‘배우 김명민이 가장 매력적일 때는 언제인가’, ‘가수 인순이는 어떤 매력을 가져 청중들이 열광하는가.’
서울사대 부설여중 3학년 학생들이 리더십 함양 프로그램에서 토론하는 내용들이다. 배우나 가수 등 대중문화스타들의 매력과 오바마 미국 대통령, 히딩크 전 한국 축구 대표팀 감독의 리더십 등을 비교 분석해 그들과 유사한 자신만의 장점과 매력을 찾아보도록 한 프로그램이다.
각기 다른 대중 스타들의 매력을 분석해 정형화된 매력을 일방적으로 추종하는 것이 아니라 본인만의 차별화된 매력 발굴에 적용시키자는 취지다. 외모와 목소리 등 선천적인 매력 요소와 상대방에게 호감을 주는 대화법, 주변 사람들에 대한 배려 등 후천적으로 만들어지는 매력 요소에 대해 토론한다. 또한 본인이 생각하는 매력과 주변 학생들이 꼽는 매력을 비교해 개인별 매력을 찾아주는 프로그램이다.
김치 담그기 체험
건대부고에서는 졸업반 여학생들을 대상으로 김치 담그기 체험 프로그램을 진행한다. 인스턴트 식품을 즐기는 학생들이 직접 김치 담그는 과정에 참여해 건강 발효 식품인 김치의 가치를 깨닫게 하겠다는 취지다. 대형 할인점에서 절임 배추를 구입해 학생들이 양념에 버무려 김치를 담근다. 건대부고 서진수 교감은 “그동안 여학생들을 대상으로 제빵 제과 프로그램을 운영했었는데 지난해부터 전통 음식인 김치 담그기로 프로그램을 바꿨다. 김치를 잘 먹지 않던 학생들도 흥미를 갖고 참여해 교육적 효과가 크다”고 말했다.
서울사대 부설여중에서도 교내 동아리인 전통식생활반 학생들을 중심으로 김치 담그기 체험 프로그램을 진행한다. 학생들이 담근 김장 김치는 학교 주변의 저소득층 주민들에게 전달된다.
상급학교 입학땐 달라진 모습으로-‘건강 다이어트’
경수중은 성동구보건소와 함께 ‘건강한 몸 건강한 다이어트’라는 주제로 학생들에게 특별 교육을 실시한다. 외모에 각별히 신경을 쓰는 학생들의 트렌드를 고려해 성장기 청소년들에게 맞는 건강 관리법을 제시한다.
입시에 학생들이 소홀히 여기는 스트레스 관리법, 성장기에 필요한 영양소가 담긴 음식들, 교실에서도 간편하게 실시할 수 있는 스트레칭 등을 소개한다. 이 학교 김상문 교감은 “여학생들의 경우 다이어트를 하려고 무조건 굶어야 한다고 생각하는 데 성장기 학생들의 건강을 고려할 때 위험한 행동”이라며 “건강에 도움이 되는 음식과 운동법, 그리고 예뻐지는 다이어트 방법까지 학생들에게 교육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한준규기자 manbok@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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