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 군대 오지 마. 한반도의 평화는 내가 지킨다."
문광욱 이병은 해병대원이었다. '누구나 해병이 될 수 있다면 난 결코 해병대를 선택하지 않았을 것이다'라는 자부심 하나로 서해5도를 지키던 해병대 1124기였다. 친구의 인터넷 홈페이지엔 문 이병의 의기양양한 이 글이 아직도 살아 숨쉬고 있었다. 사흘 전 쓴 글이었다. 문 이병의 전사 소식이 전해진 이날 저녁 트위터와 인터넷에는 네티즌들이 퍼서 나른 그의 마지막 말이 연평도 앞 거센 파도만큼 빨리 퍼져나갔다.
문 이병은 8월 해병대에 입대해 운전병으로 복무 중이었다. 고된 훈련을 마치고 자대에 배치받은 지 채 두 달도 안된 그는 북한의 포격 직후 중상을 입고 후송되던 중 스무 살의 짧은 생을 마감했다. 아버지 문영조(47ㆍ전북 군산시 수송동)씨와 가족들은 "내일 아침 눈을 떴을 때 이게 꿈이었으면 좋겠습니다"라며 털썩 주저앉았다. 아버지는 "광욱이가 어제(22일) 엄마에게 전화해 잘 있으니 걱정하지 말라고 했다는데 그게 마지막 전화가 되고 말았다"고 오열했다. 전기기사인 아버지의 뒤를 잇고 싶다며 올해 군산 군장대 전기과에 입학한 문 이병은 서둘러 군 문제를 해결하고 싶어 1학기를 마치고 군에 자원 입대했다.
서정우 병장. 그 힘들다던 해병대 복무를 무사히 마치고 자랑스러운 병장 계급장을 달았지만 뭍으로 가는 길은 끝내 열리지 않았다. 제대를 앞둔 마지막 휴가(말년 휴가)가 코앞이었던 서 병장은 휴가를 떠날 예정이던 이날 변을 당했다. 전날인 22일 인터넷 미니홈피에 쓴 글에서 "드디어 이사가 끝났다. 내 군 생활에도 말년에 침대를 써 보는 군. 내일 날씨 안 좋다던데 배 꼭 뜨길 기도한다"고 했다. 미니홈피 제목은 "배야 꼭 떠라. 휴가 좀 나가자"였다. 휴가를 앞둔 서 병장은 이날 기상 악화로 배가 뜨지 못해 부대에 남아 있다 변을 당한 것으로 추정된다.
인터넷은 추모 물결로 뒤덮였다. 한 네티즌은 "부디 하늘에서라도 자유롭게 날개를 펴고 당신들의 못다한 꿈을 우리 온 국민이 다 같이 할 수 있도록 기원하겠습니다"라고 애도했다.
진성훈기자 bluejin@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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