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무총리실 공직윤리지원관실의 전방위 불법 사찰을 뒷받침하는 자료가 또 공개됐다. 국정조사와 특별검사 수사를 요구하는 야당과 일부 여당 의원의 목소리도 더 커지고 있다. 하지만 한나라당은 여전히 국조 및 특검 불가 입장을 유지하고 있다. 답답한 노릇이다.
지원관실 원충연 전 점검1팀 사무관의 108쪽짜리 수첩에는 지원관실이 여당의 대선 예상후보 중 한 명인 오세훈 서울시장, 원희룡 한나라당 사무총장과 다른 의원들의 동향을 파악한 것으로 돼 있다. 또 전 한국노총 위원장과 공기업 노조들은 물론 낙하산 인사 문제로 노사가 대립하던 YTN 노조 동향 정보까지 수집한 것으로 나타났다. 공무원들의 정치적 성향을 분석해 '살생부'를 작성하고, 이같은 동향 파악 결과를 청와대 국가정보원 경찰청 등에 수시로 보고ㆍ통보한 정황도 드러났다. 그야말로 지원관실이 정권의 파수꾼 역할을 맡은 초법적 존재라도 되는 양 무소불위의 활동을 해온 셈이다.
지원관실이 독자적 판단에 따라 그런 전횡을 저질렀다고 한다면 소가 웃을 것이다. 청와대 행정관의 대포폰 지급 사례에서 보듯 권력 핵심의 비호나 지원 없이는 불가능한 일이라는 것은 삼척동자도 짐작할 수 있다. 때문에 지원관실의 든든한 배경이 되어준 인사나 세력의 실체를 밝히라고 하는 것은 지극히 상식적인 요구이다.
그럼에도 청와대와 검찰은 재수사를 거부하고, 여당은 국정조사 및 특검 수사에 반대하고 있다. 새로운 정황 증거가 속속 드러나는데도 기존 입장을 고수하는 청와대와 검찰, 여당의 태도는 옹색하다. 이러다 불법 사찰을 배후 조종한 인사와 세력을 비호하려는 것 아니냐는 의심이 확산되면 호미로 막을 일을 가래로도 못 막는 상황이 생길 수 있다.
청와대와 여당이 지금과 같은 소극적 태도가 국면 타개책이 될 수 없다는 사실을 모를 리 없다. 남은 선택은 정면 돌파뿐이다. 환부가 있다면 특검 수사를 해서라도 과감히 도려내려는 의지와 태도를 보여주어야 한다. 그렇게 하지 않으면 불법 사찰은 현 정권에 계속 부담이 될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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