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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인숙 칼럼] 수영소녀 파이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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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인숙 칼럼] 수영소녀 파이팅

입력
2010.11.23 12: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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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영소녀 정다래 양이 화제다. 금메달을 딴 후 대성통곡을 해서 화제더니, 기자회견장에서는 동료선수인 박태환과 기자들을 웃게 만들어서 또 화제다. 그 전에는 얼짱선수라고 해서 또 화제였던 모양이다. 기자회견을 보면서 얼짱이라 불려도 좋겠다 싶었다. 얼굴보다도 웃음이 예뻐서였다. 두 손으로 얼굴을 가리고 민망한 듯, 그러나 천진하게 웃는 웃음이 그야말로 소녀였다. 나도 한참을 같이 따라 웃었다.

웃어도 울어도 예쁜 정다래

메달을 따기까지, 혹은 메달을 따지 못했더라도, 모든 선수들이 혹독한 훈련기간을 거쳤으리라는 건 굳이 말할 필요도 없겠다. 실은 우리가 짐작하는 것보다 훨씬 더 고단한 시간이었을 것이다.

그리고 메달이 아름다운 건 바로 그 시간들 때문일 것이다. 좌절하고 싶었던 순간, 포기하고 싶었던 순간을 견뎌내고 마침내 스타트 라인에 서게 되었다는 것, 그러므로 중요한 것은 피니시 라인에서의 순위가 아니라 그때 그들이 그 자리에 있었다는 사실이다.

어떤 조사 결과에 의하면, 은메달을 딴 선수가 동메달을 딴 선수보다 상대적으로 박탈감이 더 심하다고 한다. 은메달이 곧 금메달을 놓친 것으로 해석되기 때문일 것이다.

올림픽은 당연히 순위를 매기는 경기다. 개인의 순위뿐만 아니라 국가의 순위까지 매겨진다. 선수들은 물론이거니와 관중들까지 갑자기 애국심에 가득 차서 태극기가 올라가는 순간에는 가슴이 뭉클해지기도 한다. 애국심을 고양할 기회가 별로 없는 요즘 같은 시대에, 애국가 들을 기회도 별로 없는 시대에, 스포츠 경기, 특히나 올림픽 만한 것이 없다.

판정에 불만이 있으면 그 상대국에게 분노를 퍼붓기도 한다. 상대국이 아니었음에도 이러저러한 이유로 대만의 반한감정이 높아진 것이 그 예이기도 하겠다. 그게 어디 대만의 일이기만 하겠는가. 우리도 종종 그렇고 다른 나라들도 그렇지 않던가. 격하고 뭉클한 감정만 있는 것도 아니다. 메달을 딴 선수들이 화면에 비춰지면 티브이 앞에 편안히 앉아 있는 내가 미안해지기도 하고 부끄러워지기도 하는 것이다.

그런데 생각해보면 그건 참으로 이상한 감정이다. 미안하다니, 왜? 부끄럽다니, 왜? 세상엔 어디에나 인내하고, 극복하고, 견뎌내는 사람들 투성이인데. 굳이 스포츠 경기가 아니더라도 나와 내 주변이 온통 다 그러한데. 맞다. 실은 바로 우리들 자신의 삶이 끝없는 인내의 과정이고, 툭하면 좌절하거나 포기하고 싶은 순간들로 가득 차 있기 때문이다. 그것을 넘어서는 자의 모습, 그것도 온몸으로 넘어서는 자의 모습에 위로를 받고 싶은 것이다.

정다래의 웃음이 예뻤던 것은 그래서이다. 정다래의 울음이 예뻤던 것도 그래서이다. 울 때는 맘껏 울고, 웃을 때는 천연덕스럽게 웃는다. 런던 올림픽에 관한 질문을 받고는 "좀, 쉬고…쉽시다!"라고 대답했다고도 한다. 거기까지 오는 동안의 힘들었을 시간을 짐작하고 미안해지는 사람들한테까지도 그 웃음이 함께 퍼진다.

"좀, 쉬고…쉽시다!" 라는 말

그렇다. 쉬는 것이 중요한 것이다. 스포츠 정신의 위대함을 아무리 강조하고, 애국심이 아무리 고양되고, 한 순간에 스타로 떠오르는 사람에 대한 환호가 아무리 찬란하더라도, 중요한 것은 다만 거기까지 올 때까지의 과정이다. 다시 또 다른 과정이 시작될 터이니, 삶이 그런 것처럼, 매 순간 다른 고개가 나타나고 다른 산마루가 나타나는 것이다. 그러니 이 소녀의 한마디 말이 얼마나 좋은가.

쉽시다!

그 후의 일은 그 후에 생각할 일이다. 정다래가 웃음을 거두지 않고 쉬고 운동하고, 운동하고 쉬며 자신의 '소녀시대'를 누리기를 바란다.

김인숙 소설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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