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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술에 대한 질문, 예술로 답하다

입력
2010.11.23 12: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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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술가에 대한 작품은 예술이 스스로에 대해 언급하는 방식이다. 실제 무대 어법을 통해 그것은 까다로운 미학의 옷을 벗어던지고 일반에게 예술의 비밀을 전한다. 예술을 둘러싼 갖가지 시선, 그것은 어떻게 무대화될 수 있을까.

창작집단 은빛창고의 '벙어리 시인'의 지향점은 예술 그 자체다. 음과 영상이 하나의 퍼포먼스처럼 실시간으로 충돌, 조화하는 양상이 신선하게 감각적으로 다가온다. 시인의 의식세계를 소재로 한 이 무대에서는 인간과 기계의 융합이 우선 눈에 띈다. 미디어 아티스트 김지현씨가 캠코더 영상을 투사해 무대의 골간을 빚어낸다.

연극연출(홍은지), 무용(김바리), 미디어아트(김지현), 사운드아트(지미 세르) 등 여러 분야의 아티스트들이 참여해 소리와 영상이 충돌한다. 이들과 함께 실제 무대를 꾸미는 연희자들은 연극, 무용 등 분야의 신진들로 이뤄진 창작 네트워크 '얼라이브 아츠 코모'. 프랑스 파리 세르지국립고등미술학교에서 공부하고 온 김지현씨는 "무대는 흑백 이미지가 강한 무성영화를 닮았다"며 "화려한 기술보다 정서적 깊이를 느낄 수 있는 무대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공연 후 관객 등과 하는 워크숍은 깊은 이해의 길을 연다. 26, 27일 크리에이티브 스페이스. 011-9617-8448

제12언어연극스튜디오의 '소설가 구보씨의 1일'은 박태원의 동명 소설을 이미지화하는 데 중점을 둔 다매체 연극이다. 박태원, 이상 등 식민지시대의 대표적 작가들에게서 확인되는 현대성의 단초가 현재의 무대어법과 결합한다.

1934년 어느날 경성 거리의 풍경이 영상과 음향을 배경으로 등장한다. 텍스트는 독백, 방백, 활자 이미지 등 다양한 방식으로 감각화된다. 8명의 배우로 하여금 박태원의 분신인 구보, 현실의 박태원, 여급 등을 연기하게 한 연출자 성기웅씨의 선택은 한 편의 관념 소설이 다채로운 풍속사 혹은 시나리오로 거듭나게 만들었다. 12월 2~31일 두산아트센터. (02)708-5002

2002년 '별이 쏟아지다'에서 참신한 무대 기법을 통해 기층민의 삶과 꿈을 형상화하는 등 일상에 대한 새로운 접근법으로 주목받아 온 연출가 김낙형씨의 감각이 작가 이상의 삶을 빌어 다시 빛을 발한다. 화성시문화재단이 초연하는 '이상 12월 12일'은 세상과 불화한 천재 작가의 내면이 무대화되는 자리다.

이상의 내면을 각종 기하학적 도형이 형상화해 보여주고, 비일상적 음향은 그의 자의식과 직결된다. 적빈의 상황에서 시를 짓는 모습이 코러스의 마임으로 표현되는 등 연극 무대어법의 다양함이 체감된다. 김낙형씨는 "사람들이 아는 이상은 오로지 자의식의 천재인 것처럼 추상화돼 있다"며 "이 무대는 코러스 등의 다양한 연극적 방식을 통해 그의 내면을 객관적으로 제시한다"고 말했다. 그가 '의식의 미장센'이라 이름하는 연극적 표현 기법이다.

경기영상위원회(위원장 조재현)가 연극 활성화를 위해 펼치는 창작지원사업 대상작으로 선정된 작품으로, MBC 드라마 '동이'의 주역 배수빈 등이 출연한다. 12월 18~26일 유앤아이센터 화성아트홀. 서울 공연도 계획 중이다. (031)267-8874

장병욱기자 aje@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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