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명박 대통령은 23일 북한의 연평도 도발 직후 "몇 배로 응징하라"등의 명령을 통해 단호한 대응을 지시한 것으로 전해졌다. 특히 외교안보장관회의를 주재하는 도중 합동참모본부 지휘통제실을 전격 방문, 매우 이례적인 고강도 발언들을 쏟아내면서 군의 강력한 대비태세를 주문했다.
이 대통령은 이날 오후 2시34분 상황 발발 직후 집무실에서 김진형 청와대 국가위기관리센터장으로부터 관련 보고를 받았다. 이어 청와대 지하벙커에 있는 위기관리센터 상황실에서 긴급 수석비서관회의, 외교안보장관회의 등을 잇따라 주재하면서 실시간으로 상황을 지휘했다.
이 대통령은 지휘 도중 민간인에 대한 무차별 포격임을 감안, 군에 "몇 배로 응징하라"고 지시했다고 김희정 청와대 대변인은 전했다. 특히 북한 해안포 기지 주변 미사일 기지에서 이상 징후가 보일 경우 "경우에 따라서는 타격하라"고 지시한 것으로 전해졌다.
이 대통령은 합참에서도 '막대한 응징'등의 표현을 구사하면서 이런 기조를 이어갔다. 이 대통령은 "이번 도발은 대한민국 영토를 침범한 것"이라며 "민간인 무차별 공격은 대단히 중대한 사안으로 용납할 수 없다"고 규정했다. 이어 "행동으로 보여줘야 하는 것이 군의 의무"라며 "상대방의 피해도 상당히 컸을 것"이라고 말했다. 이 대통령은 "그 동안 북한에 대해 인도적 지원을 해온 대한민국을 향해 무차별 공격을 하는 것은 있을 수 없다"고 강조한 뒤 '몇 배'의 화력을 동원한 응징 필요성, 민간인 공격시 교전수칙을 뛰어넘는 대응 필요성 등을 잇따라 언급했다.
이 대통령은 아울러 "국민 한 사람의 생명이라도 노리는 세력은 용납하지 않는다는 자세로 임할 때 국민이 군을 신뢰하게 된다"고 강조했다.
하지만 언론에 공개된 이 대통령의 첫 반응을 두고 미묘한 파장이 일었다. 청와대측은 "이 대통령이 상황을 보고받은 직후 '확전되지 않도록 만전을 기할 것'을 지시했다"고 전했다. 하지만 잠시 후 "이 대통령이 수석회의가 끝날 즈음'단호히 대응하라', '단호히 대응하되 상황이 악화되지 않도록 만전을 기해달라'고 지시했다"고 수정했다. 청와대측은 "강조점은 단호한 대응에 있다"고 강조했다. 이후 홍상표 홍보수석은 "이 대통령이 사태가 확대되지 않도록 하라는 말을 하지 않았다. 뭔가 와전된 것 같다"고 해명했다.
이런 해명은 '확전 방지'에 무게를 둔 첫 지시가 방어적이고, 수동적이라고 뒤늦게 판단했기 때문에 나온 듯했다. 이런 판단이 적절한지 여부를 놓고 정치권 일부에서는 논란이 벌어지기도 했다.
정부 부처들도 비상체제에 돌입했다. 모든 공무원들은 김황식 총리의 지시에 따라 오후 4시30분에 내려진 비상대기령으로 인해 각자 정해진 위치에서 대기했다. 외교통상부는 전 재외공관에 비상근무를 지시했고, 통일부는 24시간 체제의 비상상황실을 가동했다.
이영섭기자 younglee@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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