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군이 23일 오후 연평도에 해안포 공격을 가했다는 소식이 전해지자 시민들은 큰 충격을 받은 모습이었다. 대부분의 시민들은 텔레비전과 언론 홈페이지에 전해지는 관련뉴스에 눈을 떼지 못하고 상황전개를 예의주시했다. 하지만 해병대 부대와 민간인 마을이 타격 당한 놀라운 소식에도 불구하고 백화점 할인점 등 대형마트에서는 사재기 움직임이 없어 시민들의 침착성이 돋보였다는 평가다.
시민들은 특히 민간인 마을까지 무차별 포격을 당했다는 데 대해 시민들은 분노와 우려를 금하지 못했다. 가슴이 떨려 진정이 잘 되지 않았다는 주부 이예균(60)씨는 “연평도 주민들이 사는 마을에 공격을 했다는 것은 정말 한민족인가를 의심하게 하는 포악한 도발”이라며 “정부가 강하게 대처해야 한다”고 말했다. 건설업에 종사하는 김기성(56)씨는 “천안함 사태가 난 지 얼마 되지도 않은 시점에 무슨 속셈으로 이런 도발을 하는지 모르겠다”며 “북한을 도무지 이해할 수 없다”고 성토했다. 반면 대학생 이진우(20)씨는 “북한의 도발은 어떤 이유로든 용납될 수 없는 것이지만 ‘눈에는 눈, 이에는 이’식으로 무작정 감정적으로 대처해서는 안 된다”며 정부의 조율된 대응조치를 요구하기도 했다.
연평도 해병부대에서 21명의 사상자가 나 자식을 군에 보낸 부모들은 애간장을 태웠다. 대학생인 둘째 아들이 올 2월 해병대에 입소했다는 최진호(50)씨는 “소식을 듣고 까무러치는 줄 알았다”며 “집사람이 울먹이며 전화를 해 위로는 해줬지만 일손이 잡히지 않는다”고 속내를 털어놨다.
직장인들은 한낮의 충격파에 일손을 놓고 삼삼오오 모여 대화를 하는 모습이 곳곳에서 보였다. 서울 테헤란로에 위치한 대기업에 근무하는 김성준(43)씨는 “가뜩이나 안 좋은 서민경제가 더 타격을 받지나 않을까 걱정”이라며 “사태가 더 이상 나빠지지 않았으면 한다”고 말했다.
시민사회단체들은 정치색에 따라 정부대응에 대한 주문을 달리했다. 바른사회시민회의 전희경 정책실장은 “북한이 왜 이런 일을 벌였는지, 북한의 도발 기류 등을 왜 감지하지 못했는지를 밝히고 재발 방지를 위한 대책을 마련해야 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반면 참여연대 이태호 협동사무처장은 “북한이 NLL(북방한계선)을 인정하지 않고 있어 불안정한 상황이기 때문에 쟁점이 남아 있다”며 “남북한 군사긴장이 강화돼 왔기 때문에 모든 상황에 신중하게 대응하지 않으면 안 된다”고 말했다.
이런 국가위기상황 속에서도 예비군 징집 관련 허위문자 메시지가 떠돌아 시민들의 인상을 찌푸리게 했다. 허위문자 메시지를 받았다는 김영훈(28)씨는 “아무리 철없는 장난이라고 해도 도가 지나친 것 같다”고 질타했다.
한편 국내 인사 중 가장 많은 팔로어를 갖고 있는 소설가 이외수(64)씨는 “위기상황이 오면 나라를 위해 기꺼이 전장으로 달려 가겠다”고 트위터에 올렸다가 논란에 휩싸이기도 했다. 일부 팔로워들이 ‘전쟁을 조장하는 발언을 하느냐’는 등의 반응을 보이자 이씨는 “이런 상황에서는 자신의 결의부터 다지는 것이 중요합니다. 사태의 추이를 지켜 보시기 바랍니다”라며 다시 글을 올리기도 했다.
이태무기자 abcdefg@hk.co.kr
강지원기자 stylo@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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