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건희 삼성 회장의 '앞'이 화두가 되고 있다. 이 회장이 김순택 부회장을 삼성의 콘트롤타워가 될 그룹 조직(옛 전략기획실)의 책임자로 임명하며 당부한 말이 '앞'과 '인재'였던 것으로 드러났기 때문이다. 이 회장은 지난 3월 경영에 복귀할 때에도 '앞만 보고 가자'고 강조한 바 있다.
김 부회장은 22일 그룹 조직 책임자로 임명된 뒤 처음 서울 서초동 삼성 본관으로 출근하며 이 회장의 당부 사항이 있었느냐는 기자들 질문에 "앞만 보고 인재를 중시하라고 말씀하셨다"고 밝혔다. 이는 앞으로 새롭게 출범할 삼성의 그룹 조직이 신성장동력을 창출, 새로운 미래를 여는 일에 집중할 것임을 분명히 한 것이어서 주목된다. 김 부회장도 이날 그룹 조직과 관련, "과거보다는 미래를 대비하는 조직으로, 신수종ㆍ신성장 사업으로 구성될 것"이라고 확인했다.
이에 앞서 이 회장은 지난 3월 경영에 복귀할 때도 '앞'을 강조한 바 있다. 당시 이 회장은 "10년 내 삼성의 대표 상품들이 다 사라질 수도 있다"며 위기론을 꺼낸 뒤 "다시 시작해야 한다. 머뭇거릴 시간이 없다. 앞만 보고 가자"는 메시지를 전달했다.
이처럼 이 회장이 다시 한 번 '앞'을 강조한 것은 그 동안 삼성을 둘러싼 제반 사건들로 인해 '앞'을 대비하는 데에 그 만큼 소홀했다는 반성이 반영된 것으로 풀이된다. 실제로 삼성은 2000년대 후반 연거푸 '과거의 지나간 일'에 발목이 잡히며 미래를 준비하는 데에 온 힘을 쏟는 데엔 실패했다.
2002년 대선 자금과 관련된 안기부 X파일 사건, 경영권 승계와 맞물린 삼성에버랜드 전환사채 헐값 발행 재판, 삼성 법무팀장을 지낸 김용철 변호사의 비자금 폭로와 이어진 삼성 특검 등은 늘 '앞'을 향해 나아가려 했던 이 회장의 발목을 잡기 일쑤였다. 그러나 오랜 기다림의 끝에 모든 법적인 문제가 해소된 만큼 이젠 '앞'으로 가는데 집중해야 한다는 게 이 회장의 판단인 셈이다.
사실 삼성이 미래에 제대로 대비했더라도 '스마트폰'의 주도권을 애플에 내 주진 않았을 것이란 지적도 없잖다. 이와 관련 이학수 전 경영전략실장(삼성물산 고문)의 퇴진도 이젠 이 회장이 과거와 분명한 선을 긋고, 앞을 향해서만 가겠다는 의지를 표현한 것이자 상징적 신호라는 게 재계 해석이다.
재계 관계자는 "지난 10년 가까이 삼성이 외형상으로는 크게 성장했다 해도, 근본적 변화가 있었다고 보긴 힘들다는 것이 일반적인 평가"라며 "그러나 이제 이 회장이 과거로부터 홀가분해진 데다 새로운 진용도 꾸려진 만큼 앞으론 괄목상대할 만한 변화가 이어질 것으로 기대된다"고 말했다.
박일근기자 ikpark@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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