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 외교부는 22일 '우라늄 농축카드'와 관련한 공식적인 성명이나 입장을 밝히지 않고 있다. 하지만 해당 사안에 대한 국제적인 공조가 시급한 점을 고려할 때 23일 열릴 외교부 정례 브리핑에서 최소한의 입장표명이 있을 것으로 보인다.
중국 신화통신 등 관영 매체 역시 지그프리드 헤커 소장 등이 21일 공개한 북한 영변의 경수로와 원심분리기 시설에 대해 보도를 삼가는 등 신중한 분위기가 감지된다. 그러나 북한의 이번 우라늄 핵무기 제조 능력 과시는 지난 2차례의 핵실험에 대한 유엔 안전보장이사회의 결의와 한반도 비핵화를 위한 6자회담에 위배되는 행위라는 점에서 중국도 어떤 형식으로든 국제적 공조에 나설 수밖에 없을 것이라는 관측이 우세하다.
특히 중국이 사전에 이를 알고 있었는지에 대해서는 부정적인 시각이 지배적이다. 베이징의 한 외교소식통은 "중국 정부도 당초 북한의 원심분리기 설치공사를 몰랐을 가능성이 높다"며 "북중 간의 밀월관계 속에서 이번 사건을 계기로 중국 역시 충격이 적지 않을 것"이라고 예상했다.
그러나 이번 사태를 계기로 중국의 기존 북핵 해법이 바뀔 가능성은 크지 않다는 것이 베이징 외교가의 대체적인 시각이다. 중국은 우선 북한의 원심분리기 설치 시설과 그 의도를 확인하는 절차를 거쳐 입장을 정하고 한국과 미국 등 6자회담 참가국과의 대화에 나설 움직임이다. 특히 중국은 북한의 이번 우라늄 농축카드가 실제 우라늄 핵능력을 과시하면서도 북미대화를 유도하려는 이중 메시지를 담고 있다는 점에서 6자회담 참가국들과 대화의 폭과 속도를 조절하는데 주력할 것으로 보인다.
한편 스티븐 보즈워스 대북정책 특별대표가 22일 서울에 이어 도쿄와 베이징을 차례로 찾고, 6자회담 한국측 수석대표인 위성락 외교통상부 한반도 평화교섭본부장이 이날 방중 중국측 6자회담 수석대표인 우다웨이(武大偉) 한반도사무특별대표와 6자회담 재개 등에 대한 입장을 조율한다.
위 본부장은 이날 중국에 도착해 가진 기자회견에서 "(원심분리기 설치)는 심각한 우려의 대상이고, 그에 상응하는 대처와 협의를 하겠다"며 "중국과 처음 대화하는 자리이지만 원만한 협의가 있을 것으로 기대한다"고 밝혔다.
베이징=장학만특파원 local@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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