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태영 국방장관은 22일 북한의 우라늄 농축 시설 공개에 대응해 미국의 전술핵 재배치를 전략적으로 고려할지 여부에 대해 "핵억제를 위한 위원회를 통해 협의하면서 이를 검토해 보겠다"고 밝혔다.
김 장관의 발언은 한반도 비핵화 선언을 정면 위반하는 것 아니냐는 논란을 낳을 수 있어 실제 검토 여부가 주목된다.
김 장관은 이날 국회 예결위에서 "일각에서 언급하는 미국의 전술핵 재배치를 고려할 생각이 있느냐"는 한나라당 이종혁 의원의 질문을 받고 "한미간에 굉장한 우려를 갖고 철저히 준비할 생각"이라며 이같이 답변했다.
주한미군의 전술핵은 1991년 9월 조지 부시 미국 대통령의 핵무기 감축 선언에 따라 전량 철수됐다.
이에 대해 국방부 고위관계자는 "장관의 답변은 한미 확장억제정책위원회에서 원론적으로 북한의 핵 위협에 대해 가능한 모든 대응 방안을 검토할 수 있다는 취지"라며 "전술핵 재배치 문제는 확장억제정책위의 의제에 포함되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한편 한미 양국은 이날 북한의 우라늄 농축 시설 공개를 "심각한 도발 행위"로 규정하고 공동 대응을 하기로 했다. 정부는 이와 함께 6자회담 재개의 전제조건으로 북한의 우라늄 농축 활동 중단을 포함시킨다는 방침을 정한 것으로 알려졌다.
스티븐 보즈워스 미국 국무부 대북정책 특별대표는 이날 한국측 6자회담 수석대표인 위성락 한반도평화교섭본부장과 김성환 외교통상부장관을 잇따라 면담한 뒤 가진 기자회견에서 북한의 원심분리기 공개 등에 대해 "이것은 우리가 거의 20년 동안 대처해온 매우 어려운 문제"라며 "매우 실망스럽고 심각한 일련의 도발 행위로 받아들이고 있다"고 말했다.
보즈워스 대표는 "(북한의) 이번 행동은 유엔 안보리 결의 1874호를 정면으로 위반한 것"이라고 강조했다. 그는 그러나 "이번 일로 대북정책이 실패했다는 평가는 수용할 수 없다"면서 6자회담 재개를 바란다고 말했다.
정부 고위당국자도 "북한의 우라늄 농축 활동을 사실로 이해한다"며 "한ㆍ미ㆍ일은 물론 중국, 러시아까지 포함한 5자 공조를 토대로 대처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보즈워스 대표는 이날 오후 도쿄를 방문한 데 이어 23일 베이징을 찾아 북핵 문제를 협의할 예정이다. 또 위 본부장도 이날 중국을 방문해 중국측 6자회담 수석대표인 우다웨이 한반도사무특별대표를 만나 의견을 나눴다. 위 본부장은 중국에 도착한 직후 북한의 원심분리기 공개 등에 대해 "심각한 우려의 대상이고 그에 상응하는 대처를 하겠다"고 말했다.
유인호기자 yih@hk.co.kr
김이삭기자 hiro@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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