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보다 먼저 배운 것이 봉사활동입니다. 가위를 들 수 있는 힘이 남아있는 한 봉사활동은 이어 나갈 생각입니다."
34년간 한결같이 불우시설과 재소자, 노숙자들에게 이용봉사를 실천해온 이발사 최기수(48)씨는 대통령상이라는 큰 상을 받게 됐는데도 도리어 무덤덤했다. 대전시 봉명동에서 '명인헤어샵'을 운영하고 있는 최씨는 24일 소상공인진흥원이 주최하는 '2010 전국 소기업ㆍ소상공인 대회'에서 소기업ㆍ소상공인 부문에서 대통령 표창을 받는다.
최씨의 이용봉사활동은 그가 가위를 처음 잡은 14살 때인 1976년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어려운 가정형편 때문에 초등학교만 졸업하고 지인의 소개로 기술을 배우기 위해 이용원에 들어갔다. 어린 나이지만 그는 빨리 기술을 배우고 돈을 벌어 효도를 하겠다는 생각에 부풀어 있었다.
하지만 당시 그의 스승 김태원(작고)씨는 쉽사리 이용기술을 전수해주지 않았다. 스승은 "사람의 얼굴을 표현하는 일을 하는 이용사는 '기술보다 마음'이 우선"이라며 자신이 봉사활동을 나가는 고아원, 양로원 등으로 그를 데리고 다녔다. 최씨는 스승이 봉사활동에 나서는 날마다 이용가방을 챙겨 뒤따라 나섰지만 처음부터 스승의 깊은 뜻을 헤아리지는 못했다. 그러나 천성이 착한 그는 시간이 지나면서 봉사활동의 묘미에 빠져들었다. 예정된 봉사활동 날이 되면 스승보다 먼저 앞장섰다. 그런 모습에 스승은 아낌없이 기술을 전수했다. 덕분에 최씨의 이용기술은 일취월장했다.
85년에는 기능올림픽지방대회에 출전해 금메달을 땄다. 자신의 기술을 인정받은 최씨는 25살이었던 87년부터 대전교도소와 법무부 산하 대덕소년원 이용강사로 나섰다. 이용사자격증을 취득해 사회정착을 꿈꾸는 재소자들을 돕기 위해서였다.
또 국제기능올림픽 대전ㆍ충남 동우회원들과 함께 최근까지 1,600차례에 걸쳐 농촌지역 순회봉사활동도 벌였다. 각 분야의 최고 명장들이 모인 순회봉사단은 고장 난 농기계와 가전제품까지 무료로 수리해 줬다. 최씨는 자신의 장기를 살려 주부대상 미용강좌를 맡아왔다.
99년부터는 대전 이용사 회원들과 함께 대전역에서 노숙자와 독거노인, 인근 복지법인 '사랑의 집'노인들에게 이발봉사와 식사대접도 하고 있다. 그런 그를 중부대는 99년 사회교육원 헤어디자인 이용과정 전임교수로 초빙했고 초등학교 졸업이 학력의 전부인 최씨는 3년 동안 대학강단에서 스승이 자신에게 베푼 것처럼 제자들에게 이용기술을 아낌없이 전수할 기회도 가질 수 있었다.
최씨는 "봉사활동을 통해 참된 인생이 무엇인가를 알았다"며 "이번 상은 지금보다 더 열심히 살라는 뜻으로 알고 소외계층과 어려운 이웃들에게 미력이나마 도움이 될 수 있는 사람이 되도록 노력하겠다"고 말했다.
대전=이준호기자 junhol@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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