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일 분데스리가에서 '제 2의 차붐 신화'를 기대해도 좋을 듯 하다. 손흥민(18ㆍ함부르크 SV)은 21일 오전(이하 한국시간) 하노버 96과의 2010~11 독일 분데스리가 정규리그 13라운드 원정 경기에서 2골을 작렬하며 지난달 터트린 그림 같은 데뷔 골이 결코 우연이 아님을 입증했다.
빈 공간을 정확히 찾아 들어가 문전에서 찬스를 포착하는 움직임, 기회가 왔을 때 상대 수비수와 경합을 뚫고 슈팅으로 마무리하는 근성과 집중력, 양 발과 머리를 자유자재로 사용해 슈팅을 날리는 유연함과 순발력, 18세의 어린 나이라고는 믿을 수 없는 침착함 등. 손흥민은 하노버전을 통해 특급 골잡이의 조건을 모두 지니고 있음을 재차 확인시켰다.
마침 조광래 축구 대표팀 감독이 스탠드를 찾았다는 점에서 손흥민에게는 더욱 각별한 의미가 있는 경기였다. 발 부상으로 지난 9월 '조광래호' 승선이 무산됐던 손흥민은 이날 맹활약으로 대표팀 발탁 가능성을 한층 높였다.
손흥민은 하노버전에 4-4-2 포메이션의 왼쪽 날개로 나섰다. 최전방 스트라이커들이 침묵 속에 고군분투한 점을 높이 평가할 만 하다. 손흥민은 오른쪽 날개 조나단 피트로이파와 찰떡 궁합을 보였다. 0-1로 뒤진 전반 40분 피트로이파가 상대 페널티지역 엔드 라인까지 치고 들어간 후 올린 대각선 크로스를 손흥민이 오른발 슛으로 마무리, 동점골을 만들어냈다.
1-1로 맞선 후반 9분에는 피트로이파가 상대 페널티지역 오른쪽 측면에서 올린 크로스를 반대편에서 문전 쇄도하며 머리로 방향을 틀어 골 네트를 갈랐다. 그러나 운이 따르지 않았다. 함부르크는 후반 14분 크리스티안 슐츠에 동점골을 허용했다. 손흥민은 후반 34분 피트로이아의 패스를 받아 골지역 왼쪽에서 골키퍼와 일대일로 맞섰지만 왼발 슈팅이 골 포스트를 강타했다. 종료 직전 마이크 한케에 재역전골을 내주며 함부르크는 2-3으로 졌고 손흥민의 맹활약은 빛이 바랬다.
손흥민은 구단 홈페이지에 실린 인터뷰에서 "내 골이 팀에 승점을 가져다 주지 못했다. 해트트릭 기회를 살리지 못해 화가 난다"고 팀 패배를 아쉬워했다. 한편 잉글랜드 프리미어리그(EPL)의 '태극 듀오'도 같은 날 맹활약을 펼쳤다.
이청용(22ㆍ볼턴)은 뉴캐슬 유나이티드와의 정규리그 홈 경기에서 시즌 2호골을 터트리며 5-1 승리를 이끌었다. 박지성(29ㆍ맨체스터 유나이티드)도 위건 애슬레틱과의 홈 경기에서 선제 결승골 어시스트하며 2-0 승리에 공헌했다.
김정민기자 goavs@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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