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과 결승전을 앞두고 여자 양궁의 에이스 윤옥희(25ㆍ예천군청)는 조은신 여자대표팀 감독과 함께 조용히 연습장 구석으로 걸어갔다.
단체전에서 짝을 맞춘 주현정(28ㆍ현대모비스), 기보배(22ㆍ광주시청)는 평소대로 결승전을 준비했지만 윤옥희는 달랐다. 인도와 4강전 후 자신에게 너무나 실망한 윤옥희는 "너무 바보 같다"고 내뱉었다. '금빛 과녁'을 위해선 '이렇게 해선 안 되겠다'고 생각한 그는 긴장감을 풀어줄 수 있는 5m 떨어진 과녁에 활을 쏘며 마음을 가다듬었다.
그리고 윤옥희는 20분 전 선수 대기 구역에서 노트를 꺼냈다. 그리고 '편안하게 쏘자, 똑바로 쏘자'라는 주문과 더불어 자신의 심리 상태 등을 노트에 적었다. 베이징올림픽이 끝난 후부터 습관화된 '자기 주문'은 윤옥희를 더욱 강인하게 만드는 원동력이 됐다.
'태극궁사' 윤옥희가 21일 중국 광저우 아오티 아처리 레인지에서 열린 2010 광저우 아시안게임 여자 단체전 중국과 결승전에서 에이스 역할을 톡톡히 해내며 한국의 대회 4연패를 이끌었다. 또 2006년 태극마크를 달았던 윤옥희는 본인의 아시안게임 2연패에도 성공했다. 베이징올림픽 금메달리스트이기도 한 윤옥희는 조 감독의 믿음에 보답하는 무결점의 플레이를 보여줘 박수갈채를 받았다.
1엔드에 6발씩 쏴 4엔드로 진행되는 결승전에서 한국은 한때 3점차까지 뒤지는 고전 끝에 중국과 220-220 동률을 기록, 슛오프에 돌입했다. 1차 슛오프에서 주현정과 기보배가 각각 9점을 쏴 위기에 몰렸지만 윤옥희는 침착하게 10점을 쏘며 2차 슛오프까지 승부를 이어지게 만들었다.
2차 슛오프에서 주현정과 기보배가 연속으로 10점을 쏘자 윤옥희도 10점 만점을 기록하며 팬들을 환호하게 만들었다. 한국의 완벽한 플레이에 긴장한 중국은 두 번째 주자인 장윤루가 7점을 쏘는 실수를 범했고, 우승이 확정된 한국은 서로를 끌어안고 기뻐했다.
한편 윤옥희는 결승전에서 쏜 8발 중 5발을 10점을 쏘는 저력을 뽐냈고, 9점 밑으론 단 한차례도 기록하지 않았다. 윤옥희는 "준결승전에서 실수를 많이 했는데 결승전에서 만회할 수 있어서 너무 기쁘다. 도하 아시안게임에선 개인전 은메달에 머물렀는데 이번에는 꼭 금메달을 따 2관왕을 하고 싶다"고 소감을 밝혔다.
광자우=김두용기자 enjoyspo@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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